본문/내용
소설의 언어는 이념성을 드러낸다. 이는 작품이 공식언어를 사용한 것인가의 여부와 연관되는 것이다. 바흐찐에 따르면 공식언어와 비공식언어는 그 배경을 이루는 이데올로기 자체가 현격히 다른 것이다. 공식언어가 지배이데올로기의 확대 재생산에 봉사하는 것이라면 비공식언어는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는 데에 운용되는 언어이다. 공식언어를 통해서는 보편화되고 공인된 이데올로기만을 전달할 수 있다. 비공식언어를 통해서라야 공식언어에 대한 대항담론(counter discourse)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따라서 공식언어에 대한 대응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 라틴어에 대한 속어로서의 로만어가 담당한 기능과 연계지어 설명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연암 박지원의 ‘문체반정’이라는 사건을 통해서도 공식언어와 비공식 언어의 기능이 어떠한 것이지를 짐작할 수 있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이 비공식언어를 주요 장비로 사용한다.
문학의 언어가 지니는 특징을 수필, 시, 소설에 걸쳐 기호론적관점에서 살펴 보았다. 거듭 강조해 두거니와 문학만을 위한 언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언어를 바탕으로 문학이라는 언어활동을 할 뿐이고, 문학 안에서 그 나름의 언어 사용 규칙을 모색해 나가다보니 독자적인 쓰임이 생겨난 것이고, 그 결과 문학언어가 일상언어와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 언어인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일성언어와 문학언어가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른가를 따지는 데에 있지 않다. 언어를 통해 문학을 해 간다면,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언어적인 형상화 여부가 문제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