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만해시가 갖는 시적 특질을 가장 압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님`과 `침묵`의 상징 체계가 어떠한 연관을 지니는가 하는 것을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집 {님의 침묵}의 머리말격인 `군말`을 보면,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衆生)이 석가(釋迦)의 님이라면 철학(哲學)은 칸트의 님이다. <중략>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그것이 생명이 있건 없건 간에 만해는 모두 `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만해의 `님`은 그의 영혼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그를 존재하게 하는 원점이고,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動力)이라 할 수 있다. 자아를 출발시키는 근원으로서 존재하는 그의 `님`은 역사 속에서는 조국이나 민족이며, 진리의 의미로는 참자각의 세계요, 그의 종교적 환경에 비추어 본다면 절대 신앙의 가치요, 그외에도 단순한 연인으로서의 의미 등 다양하게 변모하며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러므로 그 어느 것도 될 수 있으며, 또한 그 어느 하나만은 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