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현대소설은 과거의 모든 기법의 유산들을 모조리 물려받고 있다. 소설의 본질상 그럴수밖에 없다. 소설은 기존의 문학 장르를 부정하는 동시에 흡수하는 모순적 과정을 통해 발전해온 장르이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소설이 무정형이며 미완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소설은 내용과 형식 모두를 그 어떤 정형된 것으로 굳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을 가졌다. 바흐찐을 이를 두고 말한다.
“소설이 특정한 현재의 불완전한 사건들과의 접촉 영역 속에 자리잡은 이래로 소설은 종종 우리가 엄밀하게 픽션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때론 도덕적인 고백을 활용하기도 하고, 철학적 논문이나 공공연한 정치적 선언문을 활용하기도 하며, 때론 형식적인 윤곽을 아직 발견해내지 못한 ‘영혼의 외침’, 즉 다듬어지지 않고 노골적인 정신의 고백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바로 소설을 발전하는 장르로 특징짓는 요인들이다. ...소설은 그 본성에 있어서 反규범적이며, 유연성 그 자체이다. 소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검토하며 확립된 형식들을 재고하는 장르이다.”
앞의 바흐찐의 말을 직설적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소설의 본성을 이해한다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심지어 3류 대중소설까지 그것이 소설이 아니라거나 잘못되었다는 식의 비판은 결국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말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흐찐이 얘기하고자 하는 골자는 그게 아니다. 바흐찐의 다음 말을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