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시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상언어와는 다른 문법을 사용하는 또 다른 형태의 언어라는 관점에서 시의 언어적 특징을 살펴 보았다. 이런 입장에서 시를 이해할 때 시의 독서는 일상언어를 읽는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며 비문법성의 출현과 구조적 통일성은 그 자체로 텍스트가 시인가, 일상언어인가를 가늠케 해주는 시성의 징표로 이해될 수 있다.
시를 읽을 때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 텍스트를 하나의 전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일상언어의 의미단위가 단어나 구인 반면 시의 의미단위는 텍스트라고 말했지만 시 텍스트는 하나의 단어가 여러개의 형태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전체인 것처럼 통일된 전체이다. 단어들이 여러개의 형태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시는 그 구성요소들의 단위가 클 뿐이다. 단어 속에서 형태소들이 독립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시 텍스트에서 하나의 단어나 문장은 독자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고 다른 단어, 문장, 텍스트 전체와 관련해서만 기능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단어가 그 부분들이 아닌 기호 전체를 통해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지시하는 것처럼 시는 부분 부분을 통해 사물이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전체를 통해서 어떤 것을 대신한다.
일상언어는 지시적 의미에 따라 계기적인 사슬을 통해 읽어나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는 지시적인 의미가 아니라 간접화된 의미들 끼리 결합하여 하나의 등가적 질서를 갖도록 구성된 폐쇄적 통일성의 언어이다. 따라서 시를 판독하는 데 있어서 개별 단어들의 지시적 의미가 아니라 그 단어들이 연상시켜주는 다른 의미들을 추적하여 그것들을 하나의 전체로 재구성하고 시가 텍스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떤 것을 대신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시 텍스트와 그것이 전달하는 것 사이에 비유적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