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무수히 쏟아지는 시집들, 이렇게 많은 시집들이 나오는데, 왜 세상은 아직도
시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어지럽게 뒤틀려 있는지,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
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가 정말 진실하지 못해서인지…….`
시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근원을 잃고
떠도는 세상>, <서정을 상실한 서정시>, 이것이 정녕 오늘날의 아이러니한 모습
이라면, 김종철의 말대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학형식으로의 시가 아
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시적 마음`([시의 마음과 생명공동체], {초록생명의 길},
시와사람사, p. 56)이 아닐까?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에 어설프게 모자를 눌러 쓴 장석남 시인이 왔다. 한
창 촬영중인 영화 {성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삭발을 했기 때문에, 도심에
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TV나 잡지를 통해 본
그의 모습은 아주 건장한 체격이었는데, 영화촬영으로 마음 고생이 심한지 큰
키에 비해 몸은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문득 `시인은 세장형(細長型)`이라는 말
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인사동의 어느 술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에서 나는 안개로 인해 갈 수 없었던 <덕적도>를, 그리고
그가 꿈꾸었던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을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는 덕적도 꿈을 꾸고 있어요. 그곳에서의 삶보다도 그곳을 떠나서
더 많은 삶을 살았는데도, 왜 그런지 지금도 덕적도는 내 삶과 시의 많은 부분
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는 아직도 <유년>을 꿈꾸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무슨 대단한 추억
이나 삶의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는 덕적도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을
무의식 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참고문헌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1995.
{젖은 눈}, 솔출판사, 1998.
평론 목록
제11회 김수영문학상 발표,《세계의 문학》, 1992년 겨울
강웅식, 순수한 서정시적 정신의 한 표정, 《오늘의 시》, 1995년 하반기
고형진, 다양한 개성의 푸른 시인들,《시와사람》, 1997년 겨울
구모룡, 희망을 찾아서,《신생의 문학》, 전망, 1994
김경복, 정처 없는 이 세계와의 합일의 꿈,《오늘의 문예비평》, 1994년 가을
신철하, `물방울방`의 비밀,《푸른 대지의 희망》, 세계사, 1995
이경호, `숙여진 고개`의 시선과 `영토성, 혹은 탈영토성`의 흔적,
《비평의 시대 2》, 문학과지성사, 1993
이광호, 시적 환원과 시적 갱신,《위반의 시학》, 문학과지성사, 1993
이종환, 부재의 시간에 걸려 있는 시편들,《현대시세계》, 1992년 봄
장석주, 행복한 시쓰기의 시대는 갔는가,《현대시세계》, 1991년 겨울
진형준, 변화 속의 순환과 퇴적,《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1995
차창룡, 연못의 시학과 고통의 시학,《문학정신》, 1995년 가을
홍정선, `뒤로 걷는` 언어의 꿈,《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