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소설에서는 등장하는 사람이나, 배경 등 모든 것이 비참하다. 주인공 칠성이만 보더라도 정상적인 사람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병신이다. 남들이 힘들어하는, 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가는 것조차도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오직 동냥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아마 1930년대 가난한 농촌인 것 같다. 이때는 그나마 수확한 곡식을 모두 일제에 수탈당하였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아무런 수고의 대가를 얻을 수 없던 때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칠성이만해도 그렇다. 그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병신은 아니었다. 네 살 때 홍역을 앓고 난 다음 경풍에 걸려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만일 약이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렵게 차자 간 의사에게까지 문전 박대를 당하는 현실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아니 도리어 멀쩡한 사람이 병신이 되어 나오는 그러한 세상인 것이다. 이러한 비참한 생활환경에다가,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악재만이 겹친다. 비가 많이 와 그나마 그들 삶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논의 둑이 무너지고, 또한 약도 구할 수 없는 그들에게 눈병마저도 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그들의 의지가 아닌 그냥 돼는 데로 있는 것이다. 도리어 사람들은 이런 비참한 생활 속에서 죽는 것이 그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큰 년이 어미만 보더라도 그렇다. 일을 하다가 밭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태어나자 마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