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시대구분은 역사전체가 있다는 전제 아래에 시도되고 있듯이, 역사진행은 발전적인 것으로 이해되면서 통일적인 것으로 구분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많은 지역의 수세기의 역사들을 모두 포괄하는, 즉 역사진행 전체를 통일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시대구분의 실제작업에 있어서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우선, 역사발전은 계속되고 있는 연속이며, 어떠한 단절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 연속을 구분한다는 것은 인위적・자의적인 일이라는 점이다. 이는 원래 단절이란 것이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제멋대로 단절을 만드는 것은 역사를 무리하게 하나의 틀 속에 집어넣으려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여러 지역들의, 여러 영역들의 발전단계들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일은 어렵다는 점이다. 즉 여러 지역의 역사사건들이 비록 동일한 시기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결코 동일한 질적 현상으로서 동일한 범주와 유형으로 획일적으로 취급될 수는 결코 없다는 것이며, 그러할 경우에는 사실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대구분이란 완전히 편의적인 것, 다시 말해 역사를 서술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일 뿐, 하등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지 않은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는 역사가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시대구분 역시 역사가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이 말은 우리가 말하는 역사란 존재하는 역사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객관으로서의 역사에 대해 우리의 역사는 주관적인 계기에 의해 정리된 객관적 역사의 한 단편인 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그 사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해석에 따라 재구성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이런 주관적 역사 속에서만 시대구분이 있는 것이지, 존재로서의 역사 속에 단절이 있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즉 시대구분이란 본래 역사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표현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