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망각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은 간섭(interference)이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이사를 가서 그의 새 전화번호를 외웠다면 또다시 옛 번호를 상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옛 번호를 상기하려고 할 때 새 번호가 떠오르고 이것은 옛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는 10년간 살고 있던 집에서 이사를 갔을 때, 새로 이사한 집의 위치를 상기하기 어려운 이유는 새 위치를 상기하려고 할 때 옛 위치가 떠올라서 새로운 것의 학습에 방해를 주기 때문이다. 간섭설에 의하면, 회상이 안 되는 기억은 손실된 것이 아니라 기억된 정보들끼리 간섭을 일으켜서 정보의 인출이 방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학습 직후에 그 학습자가 다른 경험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의 파지와 기억은 거의 완벽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전혀 간섭이 없기 때문이다. 간섭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는 앞의 전화번호 예에서와 같이 새로운 것을 학습함으로써 옛 기억을 간섭하는 경우로 이를 역행간섭(또는 역행억제)이라 한다. 또 하나는 새로 이사 간 집을 상기하기 어려운 것과 같이 이전에 학습되었던 것이 새로운 정보가 기억되는 것을 간섭하는 경우인데, 이를 순행간섭(또는 순행억제)이라 한다.
셋째는 억압설로서, 아동기의 어떤 정서적 경험은 매우 외상적이어서 수년 후에 그것들이 의식에 떠오르게 되면, 사람은 완전히 불안에 의해 압도되어 버린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에게 위협적이었고 불쾌했던 경험과 시인하기 어려운 욕망이나 관념을 억압하여 무의식의 심층에 침잠시켜 버리게 된다. 그 결과 망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