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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이름을 들으면 한없는 고독감을 느낀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시달리며 어디 하나 당신을 편히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버지. 지금 이 시대의 아버지상이다. 그러한 아버지를 주제로 한 노래까지 나왔다. IMF로 인해 더욱 설자리가 없어지고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엔 역부족과 무능함을 느끼며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위치 자체가 힘에 겨운 자리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에 닥친 IMF의 한파는 오갈 데 없는 아버지들을 더더욱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버지도 그랬다. 주인공은 50대 가장 한정수. 지방대 출신으로 늦깍이 행정고시 합격. 고지식한데다 연줄이 없어 한 때는 `인간승리` 미담기사의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직만 전전해야 하는 변변찮은 공무원, 넉넉한 가정출신의 부인과 명문대에 재학중인 딸 하나와 교교생인 아들 하나, 한정수를 외톨박이로 만든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다. 어느 평범한 50대 가장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애절한 스토리 출세에 대한 잡념이나 큰 욕심이 없이 그저 순리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온 한정수지만 자식들에게는 무능과 도피로만 비칠 뿐이다. 자식들은 가장의 역할을 상실한 아버지를 배제시킨 채 정성스런 어머니의 그늘 속에서 길들어져 아버지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골이 생긴다. 그렇다고 생계가 곤란하지도 않고 자식들이 속을 썩이지도 않아 남들이 보면 언뜻 행복한 가장으로 보이기도 하는 한정수에게 어느날 불행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