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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양 부인과 육 낭자를 데리고 대에 올라 머리에 국화를 꽂고 추경을 희롱할 새 입에 팔진이 염오하고 귀에 관현이 슬민지라. 다만 춘운으로 하여금 과합을 붙들고 섬월로 옥호를 이끌며 국화주를 가득 부어 처첩이 차례로 헌수하더니, 이윽고 비낀 날이 곤명지에 돌아지고 구름 그림자 진천에 떨어지니, 눈을 들어 한 번 보니 가을빛이 창망하더라. 승상이 스스로 옥소를 잡아 두어 소리를 부니 오오열열하여 원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고, 고할 듯하고, 형경이 역수를 건널 적 점리를 이별하는 듯, 패왕(覇王)이 장중에 우희를 돌아보는 듯하니, 모든 미인이 처연하여 슬픈 빛이 많더라. 양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공을 이미 이루고 부귀 극하여 만인이 부뤄하고 천고에 듣지 못한 배라. 가신을 당하여 풍경을 희롱하며 꽃다운 술은 잔에 가득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이 또한 인생의 즐거운 일이어늘, 퉁소 소리 이러하니 오늘 퉁소는 옛날 퉁소가 아니로소이다.`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부인 낭자를 불러 난단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두루 가리키며 가로되,
`북으로 바로보니 평한 들과 무너진 언덕에 석양이 쇠한 풀에 비치었는 곳은 진 시황의 아방궁이요, 서로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에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이요, 동으로 바라보니 분칠한 성이 청산을 둘렀고 붉은 박공이 반공에 숨었는데,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로 더불어 노시던 화청궁이라. 이 세 임금은 천고 영웅이라. 해로 집을 사고 억조로 신첩을 삼아 호화 부귀 백년을 짧게 여기더니 이제 다 어디있나뇨?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에 이르고, 제 낭자 서로 좇아 은정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만일 전생 숙연으로 모두 인연이 진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 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