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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조형 의식이라면, 언뜻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걸 느꼈을 때, 난 엄청난 실망을 해야만 했다. 내가 우리 나라의 전통 예술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이제야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나는 시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과연 우리 나라 사람의 조형 의식이란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조형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후적인 요소는 또한 조형 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말 할 수 있는 것은 두께에 대한 의식이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면서 우리의 건축에 나타나는 진흙벽이나, 초가 지붕 위에 덮여 있는 볏짚, 또는 우리의 도자기의 두께 등을 통하여, 우리는 두꺼운 것을 선호하는 우리의 조형 감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조형 의식에 있어서 두께 감각은 곧 인간성에 대한 인식 태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솜과 친숙한 우리의 지각 경험은 따뜻하고 포근한 인간성에 대한 상징적 경험이며, 반대로 부피감이 없이 딱딱해져서 포근한 온도 감각을 잃어버린 솜은 곧 차갑고 메마른 인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가벼우면서도 충분히 부풀어 있는 솜의 부피감은 우리의 의식 속에 풍성한 여유감을 심어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께에 대한 지각은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감소 시켜 주기도 하고 증가시키기도 한다. 두께가 얇아질수록 시지각에 의한 심리적 반응은 날카로워지므로 긴장을 초래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후한 느낌을 주는 사물을 좋아한다. 여기서 중후하다는 것은 곧 부드러운 양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우리를 긴장시키는 인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학적 합리주의에 철저한 사람은 날카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람은 오늘날 생산성 위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능력을 풍부히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에 대하여 인간적으로 왠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