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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기원
“구약시대 하느님 백성의 경우 결혼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해 주신 삶의 현실, 인간의 현실이었다.” 이누가이 미찌꼬, 『살아있는 돌-신도신학』, 윤원호 역, 가톨릭 출판사, 1986, 163쪽.
따라서 결혼은 하느님의 은혜에 의하여 살아가는 백성의 모임과 그 백성을 불러모으시는 하느님 자신과의 관계와도 같았다. 많은 예언자들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모습에 비유했고,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죄의 모순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비극을 ‘혼인의 파국’이요, ‘간음’으로 표현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혼인은 하느님 말씀에 기반한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고, 그래서 혼인이 다른 이방의 땅에서처럼 단지 가계지속의 수단으로 머물지 않고, 혼인자체의 의미를 하느님의 신비 그 자체에서 찾아 굳게 지키며 살았던 것이다.
신약시대에 와서 가정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 시대의 가정 공동체는 이교도와 그리스도교 신앙 사이의 충돌로 말미암아 분열의 위기가 첨예화되었었다. 그래서 가정은 신앙 안에서 일치를 지향하는 교회의 또 다른 표현이 되었던 것이다. 초대교회에서는 세례야말로 새로운 삶에로의 출발이고 생애 가운데서 최대의 결정적 사건이며 봉헌 자체였다. 초대교회의 초기에는 수세자의 대부분이 기혼자였으므로 그들의 결혼 생활도 자연스럽게 세례를 통해 성화 되어갔다. 그러다가 차츰 젊은 세대가 세례를 받게 되면서 결혼은 주님 안에 머무는 주님에 의한 신앙행위요, 성화에 이르는 길로 간주되어 주님과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에서 한 사람 보다는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살아가는 성소(聖所)의 또 다른 선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