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영숙의 굳게 다문 입 속에선 이런 말이 감돌고 있는 듯했다. 다음 순간 영숙은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보다도 내가 먼저 영숙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고 하는 편이 순서일 것이다. …<중략>…
그녀는 그 때 이미 실신 상태에 빠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도, 역시 자기의 모든 것을, 생명을, 내가 그렇게 원통하다고 울어대던 것의 대가를 대신 나에게 갚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때 까치가 울었던 것이다. 까작 까작 까작 까작 하는, 어머니가 가장 모진 기침을 터뜨리게 마련인 그 저녁 까치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 나의 팔 다리와 가슴속과 머리끝까지 새로운 전류(電流) 같은 것이 흘러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까작 까작 까작 까작, 그것은 그대로 나의 가슴속에서 울려오는 소리였다. 나는 실신한 것같이 누워 있는 영숙이를 안아 일으키기라도 하려는 둣 천천히 그녀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하여 다음 순간 내 손은 그녀의 가느단 목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 등신불(等身佛)
길잡이
1961년 <사상계>에 발표된 단편소설. 태평양 전쟁에 학병으로 끌려 나간 주인공 ‘나’가 학병에서 탈출하여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