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 구름은 너울너울 고향으로 돌아가네.
나는 편지를 봉하여 구름 편에 보내려 하나
바람은 빨라 내 말을 들으려고 돌아보지도 않네.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다른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해가 뜨거운 남쪽에는 기러기가 없으니
누가 내 고향 계림으로 나를 위하여 소식을 전할까? `
시로 읊은 것처럼 이 편지가 스승님께 과연 전해질 수 있을 지 그 여부조차 불확실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편지 쓰는 것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 편지쓰기는 이미 이 여행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통하여 `진정한 불도의 길`이 무엇인가 찾아간다면 이 편지쓰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려 합니다. 사실 이 편지가 정말 스승님께 전해지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스승님께서는 이것을 읽지 않더라도 벌써 내 마음을 알고 계시리라 믿으니까요.
스승님, 지난 몇 달간의 시간들은 제 여행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 시간들을 돌이켜 보건대 결코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때로 제가 가는 길에 대한 일말의 회의도 들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 `눈 뜸`입니다. 익숙한 곳에서의 편한 생활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 그것을 이 낯선 곳에서 전 보게 됩니다. 부처님의 삶을, 그 행적을 뒤밟아 가며 제 자신의 모자람과 세속의 때를 벗지 못한 인간적 나약함을 자꾸만 보게 됩니다.
스승님,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칠까 합니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저의 짧은 지식과 견문 없음이 더더욱 드러나겠지요. 불도에 대한 깨달음이 많아질수록 제 자신의 새로운 `낮은 모습` 또한 많이 발견되겠지요. 그러나 전 그러한 `발견`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보는 그 날까지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