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일본어 문법의 일반적 규범을 무시하면서까지 전후맥락도 없이 과도한 생략과 암시적 언술로 점철된 가와바타의 이 강연 원고는 아마도 그가 평생에 걸쳐 쓴 그 어느 글보다도 난해하다(위 번역은 의미의 원활한 전달을 위해 번역자의 과도한 개입의 산물임을 밝혀둔다). 물론 이 글의 난해함은 단지 표현상의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마쿠라 시대의 고승 도겐(道源)선사의 사철가의 인용에서 시작하여 도겐의 미의식과 선의 경지에 대한 몰입으로 끝을 맺은 이 수상연설문에는 5명의 선승과 2명의 가인(歌人)이 등장하거니와, 이들은 일본의 `미`에 대한 인식의 심화에서 오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신비체험`의 간증에 동원되었다. 후일 오에로부터 `고립된 신비주의`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가와바타의 강연의 큰 줄기는 일본의 미적 전통이 선에 의한 정신적 승화와 접맥되어 있음을 강조한 것이었다. 오에는 가와바타의 애매한 언술의 배경을 가와바타의 미의 인식이 만년에 이르러 일본적인, 동양적인 신비주의와 합치되어 심화된 지점에서 찾고 있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이해를 차단하는 가와바타의 닫힌 담론은 `아름다운 일본의 나`를 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에의 가와바타 비판은 니힐리즘에 가까운 고립된 일본적 미의식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가와바타의 언술이 구축하는 고립의 구조에는 앞서 인용한 일본정원 예찬론에서 보듯이 분명한 문화적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차이화>의 자의식이 가로놓여져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강연 원고에 식상할만큼 인용되는 선 사상과 단시는 자신과 일본의 문학이 정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장해주는 자급자족의 문화환경 속에서 완성된 것이라는 가와바타의 자긍심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