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대감금의 시대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17세기 서양에 이르러 이른바 `대감금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전까지 나환자가 그 주인공이던 수용소가 어느덧 새로운 종류의 인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동일한 부류의 인간들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빈민, 실업자, 죄수, 심지어 게으른 학생조차 포함되어 있었으며, 오늘의 주목거리인 광인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감금된 자들에게는 노동의 의무와 규율에 따른 생활이 부과되었다. 위반에 대해서는 가혹한 채찍질이 뒤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채찍질을 견디지 못한 많은 인간군들이 점점 노동의 의무와 규율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충분히 규율을 체화했다고 판단되는 자들에게는 방면과 시민으로서의 권리 회복이라는 선물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끝까지 석방될 수 없었던 존재가 있었다. 이들 광인들은 노동의 의무와 규율의 부과를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인들은 그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인간들이 석방되고 마침내 수용소의 주인공으로 광인만이 남게 되었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수용소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많을 때는 파리 시민 100명 당 1명 꼴로 여러 달 동안의 감금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한 구석을 들춰냄으로써 푸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 다산적인 저작이 가로지르는 사유의 지평은 참으로 넓다. 그곳에는 광기와 이성의 이야기가, 정신의학의 담론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격리와 자율성의 문제들이 횡단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논의의 초점은 그 중에서도 정상과 비정상, 그 나눔에 기반한 타자화라는 격자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곳은 의학을 비롯한 여타의 근대의 인간과학들이 기반하고 있는 심층적인 문제설정의 지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