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교회를 가게 된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그날 따라 도시의 붉은 색 십자가가 나를 끌어당겼을 뿐이다.교회안에서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그런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는 여자들이란 뻔하리라는 고정 관념 탓이었다.마치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듯 커다랗게 벌어진 눈과 그림자진 얼굴에는 우울이 드리워졌다.가볍게 말을 걸기라도 하면 여자는 내 품으로 곧장 무너져내릴 것이다.갈망하는 듯한 표정은 흐린 날 먼지낀 유리창 너머 푸른 하늘을 그리는 마음이리라.
그런데 지금 최명수 회장도 그날의 여자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느낌은 그랬지만 그 여자가 담고 있던 알 수 없는 감정의 무늬와는 결이 다르다.최 회장의 경우는 단순히 쏘아보는 쪽에 가까웠으므로.여자와 최 회장을 연관짓게 된 근본적인 이유야 어쨌건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안구 저편에서부터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 그래,딸만 둘이라고.”
최 회장은 들고 있던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마치 면접관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어색한 몸짓으로 나는 그를 지켜보았다.
“ 나도 딸이 하나네.”
“ ...... ”
“ 난 사별했네.자넨 이혼이군.그럼 우린 공통점이 많은 셈인가.”
“ ...... ”
“ 아,그리고 이 파일에는 자네가 지난 해 사내 연극을 연출했다는 기록도 있군.여기엔 자네가 공연때 초청된 배우들과 찍은 사진도 있구.그래.연극,좋아하나?”
“ 네.”
“ 그건 나와 정반대야.난 예술적인 감각은 없는 사람이라서.”
무의식결에,노인은 땀으로 축축해진 손바닥을 되퇴부쪽에 문댔다.그의 이마와 옆 머리에 듬성듬성 흰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노인은 서류에서 내 얼굴로 재빠르게 시선을 움직이며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