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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가 넓은 수용층을 갖고 있는 이유는 첫째, 시집이란 상품의 주요 고객이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직장 여성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성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연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무시하고서 문단에서 높이 평가받는 시인의 이해못할 시집을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 이유는 상업적 연시가 학교에서 배운 시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연시라고 해도 연모의 대상이 조국이나 절대자였지 이성인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시를 애송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분석하고 구조를 분석하는 신비평적인 방법으로 배운다. 제도교육의 긴 과정을 통해 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야 하므로 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아울러 묘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시마다 시인 및 시대 배경과 관련해 암기할 사항도 많고, 이 시의 이 단어는 무엇을 의미한다는 따위의 해답을 익혀야 하니 시가 어렵게 느껴진다. 이에 반해 연시집은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무척 쉽고 공감이 가는 내용일 뿐 아니라 독자에 따라서는 깊은 감동을 주는 절묘한 구절도 시집을 펼쳐보면 속출한다. 구체성의 상실이란 것도 독자에 따라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이별, 우정과 진실의 대상이 애매할 때, 독자는 거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주변 인물을 대입시키기가 훨씬 쉬워지므로.
세번째 이유는 교과서에 나오는 시가 케케묵은 시조가 아니면 대개 일제시대에 생산된 시로서 현대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내 가슴에 없는 날]이란 시는 제목도 그렇거니와 시구가 `이유를 알고 싶었지`, `커다랗게 웃었지`, `우리들의 꿈은 하나였지` 등으로 끝나 청소년층의 현실적인 언어 감각에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