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머리말
{설봉산}(1956)은 북한 문단에서 양대산맥의 하나로 거론되는 한설야의 후기 대표작에 속한다. 이 작품은 북한 문학사에서는 거론이 안 된 지 오래된 듯하나 우리 학계에서는 80년대말 해금 조치 이후에 나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듯하다. 작품의 적극적 측면을 보다 강조하고 있는 임헌영, 김윤식의 연구와, 작품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오현주, 김재영의 연구가 그것인데 이 중 김윤식과 김재영의 연구가 주목할 만하다. 김윤식 교수는 [한설야론]에서 한설야 문학의 특질로 귀향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과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감각에 의존해서 썼다는 점을 들면서, 후자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민족문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소설적 전망을 동북만주의 무장투쟁과 작품의 무대인 군내의 농민의 투쟁이 연결되면서 확보된 것으로 파악한다. 함경도 지역의 농민의 투쟁은 동북만주와 지역적인 연계성을 가진다는 것, 이것을 바탕으로 농민문학이 민족문학으로 연결, 상승한다는 것, 그리하여 {설봉산}이 민족문학의 공백을 메꾸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물론 작품의 이러한 성취에 한계를 덧붙이기를 잊지 않는데, 가령 {두만강}과 같은 작품에 견줄 때 그것에는 미달한다고 본다. 이 연구는 민족문학적 성취를 전민족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 작품의 의의를 문학사적인 차원에서 규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김윤식 교수의 의견은 민족문학적 전망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듯하다. 식민지 시대 민족 현실의 문학적 형상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하여 민족해방운동의 동력과 그것의 구체적 형상화 방식에 주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