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머리말
김동리의 장편 [乙火]는 단편 [巫女圖]의 後身이다. 약 40년의 시간적 간극을 두고 출현한 [乙火]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예사롭지 않았고 마침내 스워덴 한림원에서 이 작품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선정하기까지 하였다.
장편 [乙火]에 대한 논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李在銑과 李泰東의 평설이다. 이재선은 M.M.바흐찐의 말을 빌어, [巫女圖]의 무속 세계를 多聲的으로 개작, 확대한 것으로 본다. [巫女圖]의 `무속에 대한 낭만적인 예술성의 미학`이 [乙火]에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생의 인식론`으로 바뀐 변이 양상에 그는 주목한다. [巫女圖]가 보여 준 미의 비극성 내지 생의 본질에 대한 비극론적 태도보다 샤머니즘의 구원적 가능성의 비전을 드러내는 종교 소설적 면모에 가치를 둔다. 또 이태동은 [乙火]에서 인류적 보편성과 신화적 원형 이미지, 언어를 초월한 주제 의식에서 의의를 찾으려 한다. 이밖에 [巫女圖]에서 [乙火]까지의 변이 양상에 관한 논문 등이 있으나, 이는 뒤에서 논의될 것이다.
여기서는 무속과 기독교 의식과의 문화 접촉적 의의에 초점을 두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으로 작품 해석에 임한다.
첫째, 작품의 구조적 의미와 그 의의를 B.토마셰프스키의 모티프 이론과
정신사적 관점으로 파악한다.
둘째, 종교 소설의 이상에 비추어 작중 주요 인물들간의 대화를 분석함으로써 `만남`과 `분리`의 양상과 그 이유를 해명한다.
셋째, 해석한 작품의 구조적 특성과 의미 의의를 성서적 준거에 비추어 평가한다.
이 같은 세 가지 관점과 방법은 작품의 이해를 독자와의 역동적 대화 관계로 보는 해석학적 텍스트 읽기에 기반을 둔다.
Ⅱ. [乙火] 읽기
(1) [巫女圖]와 [乙火]
장편 [乙火]는 단편 [巫女圖]를 발표한 이후, 작가가 40년간의 산고를 치르고 내어 놓은 야심작이다. [巫女圖]의 액자를 과감히 제거하고 巫女 을화를 부각, 번영케 한 [乙火]의 이야기 줄기는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