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중세 수서본 권두화의 의미와 역할

나는 저자가 후원자에게 책을 헌정하는 장면이다. 이러한 책 헌정 장면을 단순히 무한 반복되는 상투적인 모티브로만 치부해버리는 것은 당시 현실의 중요한 맥락을 놓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파트릭 부슈롱(Patrick Boucheron)이 “권력의 서막(la scne inaugurale du pouvoir)`이라고 칭한 이 장면은 책이 권력을 상징하던 시대에 책을 통해 권력을 전유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 한다4) 이 이코노그라피는 원래 조물주, 성모, 수호 성자 등에게 세속인이 교회를 기증하는 장면에서 발전, 변형된 것이다. 교회 봉헌의 이코노그라피는 이미 비잔티움 성화에서부터 나타나는 아주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소피아 성당 남서쪽 현관 팀파눔을 장식하고 있는 10세기의 모자이크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에게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각각 콘스탄티노폴리스 도시 모델과 성 소피아 성당 모델을 선사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이코노그라피 모델로부터 발전한 책 헌정 장면에서는 바로 성전이 책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전이가 가능했던 이유는 중세적인 용법에서 `헌정(ddicace)`이라는 단어가 교회의 봉헌과 책의 선물을 동시에 지칭하고 있었기 때문으로,5) 따라서 중세인들에게 있어 책은 성전 못지않게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속인 군주 혹은 영주 자신이 그림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저자로부터 귀중한 책을 선물 받곤 하던 관행은 책 헌정식 자체를 통해 스스로의 권위와 권력을 드높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 번역자, 서적상인 등이 군주에게 자신의 책을 헌정하는 행위는 이를 통해 권력자에게 보호와 후원을 요청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6)
예술 애호가 및 책수집가로 이름이 드높았으며 중세 말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던 부르고뉴 공작을 위해 채식된 수서본의 권두화에서도 책 헌정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로지에 판 데르 베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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