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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호질(虎叱) 작품 분석과 작가 분석
박지원(朴趾源)
`전략` 정(鄭)나라 어느 고을에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그는 나이 40에 손수 교정(校正)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또 육경(六經)의 뜻을 부연해서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 고장 동쪽에는 동리자(東里子)라는 미모의 과부가 있었다.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동리과부지려’(東里寡婦之閭)라고 정표(旌表)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 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지껄이기를,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찌도 그리 북곽 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
하고 다섯 놈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삽는데, 오늘 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하고 간청하매, 북곽 선생은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는 것이 아닌가.
鴛鴦在屛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耿耿流螢 반딧불이 흐르는데 잠 못 이뤄
維維錡 저기 저 가마솥 세발 솥은
云維之型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興也 흥야랴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북곽 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대. 저건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
…
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이로 보면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범의 도리가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노루나 사슴은 은공이 없고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다 저버리고 날마다 푸줏간을 채워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고,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죽어서 나의 밥이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나니,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심한 놈은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은즉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벌을 막고 꿀을 따며, 심한 놈은 개미 새끼를 젖담아서 조상에게 바치니 잔인 무도한 것이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범이나 사람이나 다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