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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운영전(雲英傳) 작품 분석
작자 미상
남대문 밧 쳥파(靑坡)에 유영(柳泳)이란 선비가 잇다. 그는 빈한하야 맛처 입을 의복도 업고, 흣터진 두발에 무든 얼골로 거리에 왕래함으로 여러 유객(遊客)들에게 비읏슴과 만흔 천대를 바들 이다.
만력 신축(萬曆辛丑) 춘삼월(春三月) 긔망에 유영이 춘흥을 못 이기여 홀로 한 병 술을 들고 처자도 업고 의지 업는 고독한 몸이 표연이 궁문(宮門) 안으로 드러갓다. 보는 자마다 유생에 의복이 남루함을 손구락질야 비웃지 안는 자가 업섯다. 그러나 유생은 그 말에 굴복지 안케다는 긔개(氣槪)를 가젓스나, 그래도 무료한 듯이 얼골을 불킨 채로 후원으로 드러가 놉흔 곳의 올나가서 사면을 바라보니, 새로이 병화지변(兵火之變)을 경과한 오늘날에 장안의 궁궐과 만성의 화려한 가옥이 폐퇴(廢頹)되야 지나간 옛날에 성관(盛觀)을 볼 수 업고, 다만 현실(現實)에 보는 무너진 담과 여진 긔와가 벌려 잇고, 팔안 풀들만 변함이 업시 싹이 나서 잇슬 이오, 모든 관렴(觀念)은 말할 것 업시 압흐기만 할 이다. 그리고 동랑(東廊)의 두어 간이 초연이 잇서 전일을 말하는 것 갓다. 유생은 만고 성쇠의 옛자최를 감회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서원(西園)에 드러가니, 천셕(泉石)이 유슈(幽邃)한 곳에 백훼(百卉)가 총생(叢生)하엿는데, 이 거림자는 맑은 못 속에 러저 잇고, 만디 락화(滿地落花)의 사에 자최가 업스며, 다만 바람이 사르를 불 마다 복욱(馥郁)한 향긔가 사람의 코를 스치고 갈 이다. 유생은 호올로 바위 우에 안저 침착한 어됴로 소동파(蘇東坡)의
我上朝元春半老 내가 상조원 춘에 반나마 늙어스니
滿地落花無人掃 만디락화에 쓰는 사이 업도다
하는 시구(詩句)를 읇흐며, 가지고 온 쥬호(酒壺)를 글느고 술을 라 일 배 일 배 부일 배로 한 병의 술을 모다 마신 후, 바…
유생은 깃거움을 못 이기여 한헌을 베푼 후 무러본다.
후략`
`‘영창서관본(永昌書館本)’`
▶ 줄거리
선조 34년(1601년) 봄, 청파사인(靑坡士人) 유영(柳泳)이 세종대왕의 아들 안평대군의 옛집이었던 수성궁으로 들어가 놀다가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안평대군의 궁녀였던 운영과 운영의 애인이었던 김진사를 만나 그들의 슬픈 사랑을 듣는 이야기이다.
궁중에 갇혀 사는 궁녀의 몸인 운영과 안평대군을 찾아온 소년 선비 김진사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김진사는 밤만 되면 담을 뛰어 넘어와 운영과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그들의 목숨을 초월한 모험적인 사랑은 드디어 안평대군에게 탄로되고 운영은 옥중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김진사도 또한 운영의 뒤를 따라 자살을 한다.
▶ 작품 해설
운영전(雲英傳)은 애정 소설로서 남녀 간의 지고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궁녀의 비극적인 삶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유영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비극적 연애담을 다 듣고 나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구성 방식은 몽유록(夢遊錄)의 일반적 구성 방식과 차이를 지닌다. 몽유록의 일반적 구성 방식은 현실에서 잠이 들어 꿈을 꾸고, 꿈 속의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잠이 깨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 때 이야기의 중심은 물론 꿈 속의 사건에 놓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중심 부분인, 유영이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이 유영이 잠을 깬 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유영이 비극의 주인공들을 만난 것이 꿈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김진사나 운영이 현실의 사람이 아닌, 이미 죽은 사람의 환체(幻體)였다는 점에서 유영이 이들을 만난 것은 환상 체험이라 할 수 있으며,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