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 구운몽(九雲夢) 작품 분석
김만중(金萬重)
`전략` 성진이 석교(石橋) 위에 오래 있어 선녀 가는 곳을 바라보더니 구름 그림재 사라지고 향기로운 바람이 진정하거늘, 바야흐로 석교를 떠나 스승을 가 뵈니 늦게야 옴을 묻거늘 대답하되,
“용왕이 관대(款待)하고 만류(挽留)하니 능히 떨치고 일어나지 못할러이다.”
대사,
“물러가 쉬라.”
하거늘 저 있던 선방(禪房)에 돌아오니 날이 어두웠더라.
성진이 여덟 선녀를 본 후에 정신이 자못 황홀하여 마음에 생각하되,
‘남애(男兒ㅣ) 세상에 나 어려서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 요순(堯舜) 같은 임금을 만나, 나면 장쉬(將帥ㅣ) 되고 들면 정승이 되어, 비단 옷을 입고 옥대를 띠고 옥궐(玉闕)에 조회(朝會)하고, 눈에 고운 빛을 보고 귀에 좋은 소리를 듣고 은택(恩澤)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功名)이 후세에 드리움이 또한 대장부의 일이라. 우
리 부처의 법문(法門)은 한 바리 밥과 한 병 물과 두어 권 경문(經文)과 일백여덟 낱 염주뿐이라. 도덕이 비록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생각을 이리하고 저리하여 밤이 이미 깊었더니, 문득 눈앞에 팔 선녀 섰거늘, 놀라 고쳐 보니 이미 간 곳이 없더라. 성진이 마음에 뉘우쳐 생각하되,
‘부처 공부에 유로 뜻을 바르게 함이 으뜸 행실이라. 내 출가한 지 십년에 일찍이 반점(半點)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아니하였더니 이제 이렇듯이 염려를 그릇하면 어찌 나의 전정(前程)에 해롭지 아니하리요’
향로에 전단(方舟 檀)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蒲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하더니, 홀연 창 밖에서 동재(童子ㅣ) 부르되,
“사형(師兄)은 잠들었느냐 사뷔(師父ㅣ) 부르시나이다.”
성진이 놀라 생각하되,
‘깊은 밤에 나를 부르니 반드시 연괴(緣故…(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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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를 죄 주지 아니하고 다만 설법하여 가르쳤으니, 제자 비록 죄 있으나 아란존자에 비기면 중치 아닌 듯하니 어이 풍도에 가라 하시나뇨.”
대새(大師ㅣ) 이르되,
“아란존자는 요술을 제어치 못하여 창녀를 더불어 친근하나 마음은 어지럽지 아닌지라. 너는 진세(塵世)의 부귀를 흠모하는 뜻을 내었으니 어이 한번 윤회(輪廻)의 괴롭기를 면하리요.”
성진이 다만 울고 갈 뜻이 없거늘, 대새(大師ㅣ) 위로하여 이르되,
“마음이 좋지 못하면 비록 산중에 있어도 도를 이루기 어렵고, 근본을 잊지 아니면 홍진(紅塵)에 가서도 돌아올 길이 있으니, 네 만일 오고자 하면 내 손수 데려올 것이니 의심 말고 행할지어다.”
성진이 하릴없이 불상과 사부에게 예배하고 모든 동문을 이별하고 역사와 한가지로 명사(冥司)에 나아갈새 유혼관(遊魂關)을 들고 망향대(望鄕臺)를 지나 풍도성에 다다르니 성문 잡은 귀졸이 묻거늘 역새(力士ㅣ),
“육관 대사 법지(法旨)로 죄인을 데려오노라.”
하니 길을 열어 주거늘, 바로 삼라전(參羅殿)에 이르니 염왕이 공사(供辭)하여 역사를 주어 보내더라.
성진이 전하(殿下)에 꿇으니 염왕이 묻되,
“성진아, 상인(上人)의 몸이 남악(南嶽)에 있으나 이름은 이미 지장왕 향안 위에 치부하였으니 불구(不久)에 큰 도를 얻어 높이 연좌(蓮座)에 오르면 중생들이 대도(大道)의 은덕을 입을까 하더니 무슨 일로 이 땅에 이르렀니뇨”
성진이 가장 참과(課)하여 하다가 왕께 아뢰되,
“성진이 무상(無常)하여 노상(路上)에서 남악 선녀를 만나 보고 마음에 거리낀 고로 스승에게 득죄하여 대왕께 명을 기다리나이다.”
염왕이 좌우로 하여금 지장왕께 말씀을 올려 가로되,
“남악 육관 대사 그 제자 성진을 보내어 명사로써 벌하라 하니 여남은 죄인과 다를 새 취품(取稟)하나이다.”
보살이 대답하되,
“수행하는 사람의 오며 가기는 저의 원대로 할 것이니 어이 구태여 물으리요.”
염왕이 정히 성진의 죄를 결단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