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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문예마당
초판 1쇄 1993년 1월
중판 8쇄 1994년 6월
이권우의 신간 `죽도록 책만 읽는`을 읽고 있는 와중에 여왕이 불쑥 읽어보라고 건냈다. 요 며칠 많이 우울해 하는 여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요즘 내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죽도록....`을 덮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왕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나도 여왕에게 힘이 되고픈 남자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책이다. 공지영이라는 이름을 모르던 시절에도 이제목만은 알고 있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책이다. 강수연(혜완), 심혜진(경혜), 이미연(영선)이 주연한 영화였다.
도대체 여왕이 내게 가르쳐주고 싶은 여자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궁금한 채로 한땀 한땀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스타일에 맞지 않는 독서법이었지만, 왠지 그렇게 읽어야만 여왕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일간 `무쏘의 뿔....`과 살았다.
여자들의 소설이다. 나중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 간략하게 줄거리를 읊자.
혜완 :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펼쳐나가는 주인공. 소설가. 이혼녀.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음. 이혼 후 문선우라는 남편의 친구와 썸씽. 남편 경환은 이혼 후 재혼. 혜완이 사회생활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음.
경혜 : 혜완의 동창. 의사와 결혼. 맞바람 핌. 아나운서출신. 부유함.
영선 : 남편과 같이 프랑스로 영화배우러 유학. 가난으로 도중 학업 포기. 남편 뒷바라지로 전념. 자신의 시나리오를 남편에게 줌. 이것을 남편이 승승장구. 우울증. 알콜중독. 자살. 가장 여성다움. 지조. 쑥맥. 남편 박감독.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페미니즘 소설이다. 여왕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여왕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발췌해 본다.
가사노동이라는 것은 …
P173
그는 알지 못했어. 설사 그가 그녀와 어떤 사이였다 하더라도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내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자존심이란 걸 그는 몰랐던 거야. 영선의 말. P177
하지만......스물 다섯에 아이엄마가 되었을 때 난 겁이 났어요. 신기하고 예쁘고 감격스러우면서.....난 아이가 무서웠어요. 아이를 낳더라도 결코 집안에 눌러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었는데 아이가 내게 그것을 방해하는 어떤 징조가 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혜완이 말. P227
결혼 3년 차. 여왕은 조금씩 삶에 대해 지칠 때가 되었다. 그동안 힘겹게 아이를 혼자서 키워왔다.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특별한 상황에서 그렇게 여왕은 독하게 아이를 키워왔다. 나는 나대로 나의 꿈을 펼치려 고군분투하였다. 그로인해 여왕에서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사랑 방식은 내가 어서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켜야지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었다. 여왕의 사랑 방식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소설을 통해 여왕의 심리를 대충은 읽을 수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시 여겨야 했던 부분들은 사실 엄청난 감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여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럴 때 제일 필요한 것은 남편이다. 남편이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럴수록 아내를 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왕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 여왕식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점이다. 변해야겠다. 앞으로는 그냥 여왕을 방치해 두지는 않을 것이다. 더 사랑해주고, 보듬어주고,, 물어봐주고,, 대답해주고..... 답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실천만 남을 뿐이다. 더 노력해야겠다.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소설이 주는 교훈과 감동은 조금은 다른 방식이다. 소설다운 진한 냄새가 풍긴다. 물론 그것을 한눈에 책 속에서 뽑아 낼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쭉, 다 읽고 나면 저절로 뽑아지게 된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