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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에서 ‘새로운’ 현재를 찾다
지구촌이라는 말은 이제 식상한 구어가 되어 버렸다. 세계화라는 거대 담론의 복판에서 경제적 성장과 팽창일변의 진보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인간적인’ 것들 안에서 자연회귀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을 설파하는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의 『오래된 미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미국 중심의 세계화와 맥도날드로 대변되는 빠르고 획일적인 변화의 중심에서 그 물질적 팽창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많이 얻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잃어가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래된 미래』가 주는 메시지는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위한 ‘반개발’의 요구이다.
『오래된 미래』(원제 : Ancient Futures ; Learning from Ladakh)라는 책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는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을 때 쯤 작가의 의도를 읽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풀려진다. ‘오래된’ 이라는 말과 ‘미래’라는 말의 부조화스런 어울림은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길목에 있는 현재 우리들의 혼돈스런 부조화를 대변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진정한 미래란 오랜 과거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온고지신’의 지혜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언어학자인 작가가 동양언어학 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찾은 라다크에서 자연친화적이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한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감화되어 애정을 갖고 쓴 일종의 현장 보고서이다.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작은 티베트’ 라다크라는 지역은 인도 영토에 편입되어 있으나 독자적인 언어와 티벳 불교문…
것은 산업화를 시작으로 철저하게 서구중심적인 발전 논리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지금’을 반드시 한번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교역의 확대, 상품의 대량 생산 등 양적 확대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무역을 줄이면서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다양화해야한다는 목소리는 한번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쌀시장 개방으로 대변되는 농산물 교역 확대로 인해 국가와 농민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환경파괴적인 상품 생산이 저개발 국가로 이동하는 경제논리, 후진국에서의 노동력 착취 등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와 멀어진 이야기 같지만 지구 어느 곳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세계화와 발전 논리의 어두운 일면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라다크 사회의 안타까운 변화를 지켜보면서 이러한 팽창일변의 논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오래된 미래』는 교양서로 많이 읽힌『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책에서 이야기하는 세계화-실은 팍스아메리카나의 횡포일지도 모르는- 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익계산서 상의 수익을 늘리고 조직을 키우며 발전하는 기업의 경영 논리를 거스르는 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존심을’ 가지고 진보해가는 현대인으로서, 적어도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현재를 되돌아보고 보다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진보를 계획하는 지혜를 찾기 위해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작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상기해야할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찰과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