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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규장전 작품론
소설 「이생규장전」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정가극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한 「이생규장전」은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고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고전소설 중에서 널리 알려진 소설로써 우리나라 연애소설의 출발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진취적인 남녀의 만남,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소설이다. 「이생규장전」은 기, 승, 전, 결의 4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시 유교 사회의 고루한 인습을 깨뜨리고 자유연애 사상을 나타낸 것이 주목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에 실려 있다. 『금오신화』는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 등의 다섯 작품이 실려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이생규장전」의 서사의 구분과 ‘한시’가 가지는 기능, 인물연구, 소설 창작의 배경과 주제의식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생규장전」의 서사 구분
「이생규장전」의 서사단위를 나누어 보면 모두 여덟 개의 단위를 설정할 수 있다.
1) 최씨와 이생의 소개.
2) 이생과 최씨가 인연을 맺음.
3) 이생과 최씨의 헤어짐.
4) 이생과 최씨가 혼인함.
5) 전쟁으로 인한 최씨의 죽음.
6) 이생과 최씨의 혼의 재회.
7) 최씨의 혼이 떠남.
8) 이생의 죽음.
2)에서 이생은 담장 너머로 시를 읊는 최씨를 보고는 최씨에게 시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받아본 최씨가 이생을 담 안으로 불러들이게 되고 둘은 몰래 가약을 맺는다. 그러나 3)에서 이생…
소설에서 나타나는 한시의 역할
살펴본
다고 할 수 있다. 최씨의 방에는 각기 4수로 되어 있는 사계절을 노래한 한시의 병풍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계절을 읊고 있는 한시이지만, 이 시는 이생과 최씨의 만남과 헤어짐의 서사 과정이 축약되어 담겨져 있다.
첫째 폭에 있는 봄을 노래한 시를 보면 이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은 일반적으로 봄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들 자연물에 이입된 서정적 자아의 심정은 화사하며 아름답고 생명이 움트는 봄의 이미지가 아니다. 아름다운 꽃 속에서 짝지어 나는 나비가 찾아가는 곳은 ‘그늘진 동산’이며 ‘지는 꽃’이다. 한마디로 이 시는 짝을 만나지 못해 힘겨워하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심정은 이생을 만나기 전의 최씨의 심정과 연결된다.
둘째 폭에 있는 여름을 노래한 시에서는 여름의 풍성하고 평화롭고 아늑한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앞에서 봄을 노래한 시와는 대조적인 느낌이다. 앞선 시에서 시름을 안겨주는 봄은 어느새 지나가버리고 시에서 느껴지는 여름의 정경은 이생과 최씨가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여 부모의 허락을 얻어 정식 결혼을 하게 되는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는 것이다.
셋째 폭에 있는 가을을 노래한 시에서는 여름의 풍성하고 평화롭고 아늑한 정경이 가을의 결실로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가을의 쓸쓸함, 처량함, 비애로 표현되고 있다. 이 시는 싸움터에 몸을 바친 님을 잃은 여인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생과 최씨의 행복한 날들이 홍건적의 난으로 인한 불행의 시작을 암시한다. 이생과 최씨 두 사람이 최씨의 죽음으로 헤어지고, 두 인물에게 있어 헤어짐이 불행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내용과 일치한다.
넷째 폭에 있는 겨울을 노래한 시에서는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긴긴 겨울 밤 님생각에 잠겨 있는 여인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전체 분위기는 최씨를 잃은 이생의 슬픔과 귀신이 되어 다시 만나는 최씨와의 짧은 행복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재회는 완전하고 영원한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시 헤어지게 된다.
살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