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문학개론 시 분석 과제
편지, 여관, 그리고 한 평생
심재휘
후회는 한 평생 너무나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세월이 더러운 여관방을 전전하는 동안
시장 입구에서는 우체통이 선 채로 낡아갔고
사랑한다는 말들은 시장을 기웃거렸다
?
새벽이 되어도 비릿한 냄새는 커튼에서 묻어났는데
바람 속에 손을 넣어 보면 단단한 것들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다
?
편지들은 용케 여관으로 되돌아와 오랫동안 벽을 보며 울고는 하였다
?
편지를 부치러 가는 오전에는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는데 누군가는 짙은 향기를 남기기도 하였다
슬픈 일이었지만
?
오후에는 돌아온 편지들을 태우는 일이 많아졌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맹세들도 불 속에서는 휘어진다
연기는 바람에 흩어진다
불꽃이 `너에 대한 내 한때의 사랑`을 태우고
`너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 언제나 머물러 있다
?
내가 건너온 시장의 저녁이나
편지들의 재가 뒹구는 여관의 뒷마당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향해 있는 것들 중에 만질 수 있는 것은 불꽃밖에 없다
는 것을 안다 한 평생은 그런 것이다
문학개론 수업에서 시분석 과제를 내주셨는데, 어떤 시를 분석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시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거창한 과제를 내주신 것이다. 여러 영역 중 언어영역이 많이 부족하고 평소 문학작품을 즐겨 안 읽은 나로서는 정말 힘든 고난이 닥쳐온 것이다. 인터넷으…
커튼을 통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비릿한 냄새는 시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생선냄새이다. 즉 비릿한 냄새란 시장의 왁자지껄한 사람 사는 풍경 냄새다. 화자는 커튼을 닫음으로써 세상과의 단절을 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내심 그리운 것이다. 그리고 다음 행에 나오는 바람은 바로 화자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것이다. /그 안에 손을 넣어보면 단단한 것들이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다/고 하는데 이 때 단단한 것들은 일렁이지 않는 것, 즉 화자의 일렁이는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시키는 것이다. 이것들이 모두 안으로 잠겨 있다는 말은 화자의 소통욕구를 절제시키려는 노력이 소용없다는 얘기다. 즉 2연은 세상과의 단절을 원하지만 그와 동시에 반대로 세상과의 소통을 원하는 화자의 이중적인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3연에서 /편지들이 여관으로 되돌아와 벽을 보며 울었다/고 한다. 실제로 편지들이 발이 달려 여관으로 걸어와 벽을 보고 울진 않았을 것이다. 1연에서 보았듯이 화자는 매번 편지를 제 주인에게 보내지 못한다. 여기서 편지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되는 대상이다. 결국 되돌아 온 편지는 화자의 또 다른 자아이며 되돌아 온 편지, 즉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화자는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 것이다.
4연에는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화자는 /편지를 부치러 가는 오전에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짙은 향기를 남긴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고 그것이 /슬픈 일/이라고 하였다. 낯선 사람이 남긴 짙은 향기는 무엇일까. 화자의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된 인상을 짙은 향기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화자는 그 향기가 시간이 지나도 짙게 남아 있을 만큼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결국에는 낯선 사람일 뿐인 그 상황을 슬프게 느끼고 있다.
5연으로 가면 화자는 /되돌아온 편지들을 태운다/고 했다. 오전에는 편지를 부치러 가고 오후에는 돌아온 편지를 태우는 것이다. 자신의 진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편지를 태운다는 것은 곧 받는 이에 대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