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 덤덤하게 거대한 슬픔을 녹여낸 탓인지 아직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내용도, 영상도, 그리고 이 덤덤함도 모든 게 다 마음에 든 영화다. 두고두고 추천할 만한 영화 한 편을 봤다.
이 영화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영화이다. 내용 면에서도 그렇고 영상 면에서도 그렇다.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특징은 약간은 불편하지만 대체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점이 아닐까 한다. 예술적인 면과 대중적 요소를 두 손에 쥔 채 서로 모아 그 간극을 좁혀 우리는 이 영화에 좀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요소 말고도 이 영화에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특징이 많이 드러나 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① 탈형식화
- 이 영화는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을 건강히 길러내고 시간이 되었을 때 장기를 빼 기존 인간의 삶을 연장시키는 데 사용된다는 충격적인 그리고 비인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합리적인 형식대로라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낸 ‘악’을 찾아내고 그리고 그 ‘악’을 벌함으로써 복제인간들을 해방시켜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복제인간들의 사랑, 그리고 질투, 화해 등의 인간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기존 복제인간 관련 영화들의 형식에서 탈피하여 그들의 인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 탈피 현상은 영상에서도 보여진다. 내용 자체는 우울하고 어둡지만 영상은 파스텔 톤을 띄고 전경 샷을 많이 찍음으로써 파스텔 톤이 주는 몽환스러운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다. 기존의 우울한 영화에서처럼 우울한 톤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 것이다.
② 탈장르화
- 루시 선생의 폭로 전까지 이 영화가 복제인간과 관련된 영화라는 것을 눈치 채기…
③ 단편화 현상
④ 역사의식 빈곤
⑤ 권위주의의 해체
⑥ 시뮬라시옹
빈곤한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성격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⑤ 권위주의의 해체
- 영화에서 유일한 남자 주인공인 토미는 굉장히 나약하다. 캐시를 좋아했지만 루스의 질투로 인해 루스와 사귀게 된다. 사귀는 내내 루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도 한다. 헤어지고 난 후 오랜만에 세 명이 다시 모였을 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루스이다. 책을 읽어주다가 키스를 하는 상황은 캐시가 이끈다. 영화의 후반부, 루머가 실제로 루머임을 알고 난 후 다독여 주는 쪽은 캐시이다.
남성의 권위는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토미는 영화 내내 끌려다니며 기존 남성이 지닌 권위를 모두 무너뜨린다. 토미에게서 권위적인 모습은 볼 수 없으며 이는 포스트 모던한 특징이 아닐까 한다.
⑥ 시뮬라시옹
- 영화의 복제인간들은 카페에서 주문하기 등의 수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배운다. 그들은 점차 ‘실제’화 되어 가고 나중에는 그들을 실제의 그들보다 더욱 ‘그들’로 보게 된다. ‘원본’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원본’이 누구인가보다 토미, 캐시, 루스라는 시뮬라크르들의 삶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포스트 모던사회의 특징인 시뮬라시옹이 영화에 투영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손쉽게 시뮬라시옹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코티지에서 다 함께 TV를 본 후 의 씬이다. 루스는 티비에 나온 행동들을 그대로 현실에서 반복한다. TV에서 나온 행동이 어떤 이미지를 생산해냈고 루스가 따라함으로써 전형적인 시뮬라시옹의 모습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