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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생각보다 두께가 있어서 지겹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동시에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랑을 하면서 환상에 갇혀 버린 비극적인 여성의 일생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마담보바리>는 평범한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의 아내 엠마의 이야기로, 남편과의 권태로운 현실에 염증을 느낀 몽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엠마가 현실과 환상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처녀시절 몸담고 있던 수도원에서의 생활에서부터 기인한다. 수도원에서 엠마는 늘 수도원 밖의 세계를 꿈꾸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수도원 시절을 행복했던 유일한 순간으로 상상한다. 아버지의 집에서 느낀 농촌생활의 권태로움으로 엠마는 잘 차려입고 말을 타고 달리던 의사 샤를르를 권태를 깨는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샤를르와의 결혼생활은 엠마에게 수도원에서 읽은 소설 속의 상류 사회에 대한 동경과 그녀의 환상 속의 세계가 현실과는 너무도 떨어져 있다는 괴리감을 던져준다. 그러나 막연한 환상의 세계를 귀족의 초청 무도회인 현실에서 맛본 그녀는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인 샤를르를 통해 더욱 깊은 권태에 빠지게 되고, 환상과 현실…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속도 있게 읽어나가는 편인데, <마담 보바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집중을 하지 못해서도 흥미가 없어서도 아니다. 엠마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이 던져졌을 때 대답하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내게 질문이 던져졌을 때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있다. 처음에는 이해 할 수 없었던 엠마였지만, 내 사랑이 엠마의 사랑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과 환상의 괴리감 속에서 취하는 행동은 달랐지만, 누구나 현실과 환상의 괴리감을 느끼고 그것이 사랑 일 경우도 그러하다.
일해 지는 방법뿐 이다. 나는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서 엠마와 같은 사랑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과 하나 더 배운 것이 있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나 스스로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환상에 대한 욕망을 타인에게서 얻으려고만 하면 할수록 환상과의 괴리는 더욱더 커지기만 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근본적인 노력은 나와 관계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환상 속의 인물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고 나와 관계 맺고 함께하는 것에 감사하고 그 사람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환상과 나의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환상에 현실을 끌어다 맞추기보다 현실을 환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는,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오빠도 존재자체만으로도 참으로 아름다운데 말이다. <마담보바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에 놀랍고 기쁠 따름이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현실에 감사하지 못 하고 끊임없이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마담 보바리>라는 위대한 작품을 창작할 줄 알고 이러한 작품을 통해 삶에 투영시켜 배울 줄 안다. 나도 사랑을 하면서 다시 환상에 갇혀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힘이 들면 이 작품을 떠올리며 현실을 인정하고 주어진 현실에 감사했던 이때를 되새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