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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무방’을 읽고
김유정 작가의 여느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 또한 전형적인 농촌의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감각적인 색채어, 의성어 등과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통해 이러한 농촌의 분위기가 한껏 두드러지는 가운데 의아한 점은 실제로 묘사되는 농촌의 현실은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렇게 전체적으로 반어의 틀 속에서 작가의 비판의식을 현실적으로 전개 시켜나가고 있다.
작품은 응칠이가 한가롭게 송이버섯을 따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제법 길게 묘사되어 있는 이 부분에서 후각적 심상까지 동원되면서 시골 농촌다운 분위기를 작품 전반에 암시한다. 그러나 곧 응칠이의 형편이 설명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응칠이는 도박과 절도로 전과4범 일 뿐만 아니라 다소 거친 성격의 소유자다. 모든 농민들이 한창 추수에 열을 올릴 때인데 응칠이는 그저 떠도는 유랑객으로 재미삼아 산으로 놀러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응칠이는 돈이 많아서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도 한때는 농사를 지으며 아등바등 노력하였지만, 오히려 집이 파산하고 가정이 붕괴되어 아내와 자식과 생이별 한 후 삶의 의지를 잃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응칠이는 송이 버섯을 따더라도 다른 농민들처럼 장에 팔 생각으로 아끼기 보다는 한입에 베어물고, 배가 고프면 돌아다니는 닭을 잡아먹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가정을 잃고 유랑하는 그의 생활에서 자유보다는 연민이 느껴진다.
응칠이가 산에서 성팔이를 만나면서 작품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성팔이는 응칠이의 동생 응오의 논에 벼가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이는 응칠이의 평소 바르지 못한 행실로 미루어 은근히 응칠이를 의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응칠…
상에 저항하는 듯 보여도 인간의 휴머니즘적인 본성을 엿 볼 수 있다.
이윽고 작품을 절정 부분으로 치닫는다. 어두컴컴한 밤 깊은 산속에서, 여우 두 마리와 독 오른 뱀의 등장으로 긴장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도둑이 등장하고 응칠이는 몽둥이로 도둑을 때린다. 그러나 엄청난 반전으로 도둑은 응오였음이 밝혀진다. 자신이 직접 추수를 하면 빚쟁이들에게 뺏길 것을 염려하여 몰래 벼를 베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것을 자신이 몰래 훔쳐간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 현실인가! 피땀 흘려 키운 노력의 대가를 얻지 못하는 심정은 매우 절박했을 것이다. 동생은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에 울면서 산을 내려가고, 그 와중에 응칠이는 동생을 위한다며 황소를 훔칠 것을 계획한다. 그 마음만큼은 동생을 위하는 순수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동생에게 전달되지 못하자 응칠이는 분한 마음에 동생을 매질한다. 응오를 등에 업은 응칠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응칠이의 행동과 생각을 중심으로 작가가 일관되게 관찰하면서 그릇된 농촌현실의 현실에 대해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을 하나의 반전이 존재하는 흥미로운 작품으로만 해석한다면 시대 상황적인 작가의 반영론적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두 형제는 ‘만무방’, 막돼먹은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식민치하의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통이 자리 잡고 있었고, 또 한편에는 그러한 암흑 속에서도 끈끈한 가족애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농민들의 형편이 존재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