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견학감상문 『2차 병원 응급실』
과제를 받고 가까운 동문 선배에게 연락을 드린 뒤, 선배가 일하시는 2차 병원 응급실로 발걸음을 향하며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의전원에 입학하기 전 응급실 신세를 몇 번 진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들이 먼저 스쳐지나갔다. 한번은 위염에 걸린적이 있었는데, 새벽에 복통이 너무 심해서 찾은 병원이었다. 새벽녘에 자취생 신분이라 보호자도 없이 서럽게 택시를 잡아타고 갔었는데, 온갖 X-ray부터 폴리까지....병 나으러 갔다가 병 얻어가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보호자도 없었던터라 얼마나 서럽던지. X-ray를 찍으러 검사실에 가 대기하고 있는데, 간호사분이 옆에 오시더니 젊은 여환자가 보호자도 없이 왔냐면서, 얼마나 아프면 어린 학생이 혼자 왔냐며 chest X-ray 찍기 위해 탈의해야 되는 걸 도와준적이 있다. 5년도 지난 일인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비록 응급실이라는 곳이 생사가 넘나드는 촉박한 곳이라 환자 한명 한명을 배려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의 마음 씀씀이 하나에 나도 감동했 듯, 그 공간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그러할 것이라...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주말 저녁 당직을 서는 선배의 일정에 따라 나는 토요일 저녁, 응급실 한켠 스테이션에서 이방인처럼 앉아있었다. 처음 도착했을때는 ‘이 곳이 응급실 맞아?’ 할 정도로 한산했다. 아무래도 환자가 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켠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마구 흘리며 들어오는 환자를 맞닥뜨렸을 때 내 표정에 당혹감이 서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거야 상관 없었지만, 혹여 내가 되려 겁에 질려 선배에게 피해라도 주지 않을까 걱정되었었기에 차라리 환자가 없었으면-하고도 바랬다.
그러다 11시가 좀 넘자 환자들이 하나 둘 씩 왔는데, 유흥가 근처에 있는 병원이어서 그랬는지 취객들이 대다수다. 고성방가가 오간…
이런건지, 유독 내가 온 날이 특이한건지, 아침이 밝아 선배에게 물어보니, 날마다 다른데 이런날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응급실에 와서 사망하고, 피가 낭자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케이스들은 대부분 대학병원으로 가지 2차 병원으로 올 일은 없다고.
다만, 경미한 줄 알고 2차 병원을 찾았는데 MI 라던지 할 경우,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고 적절한 처치를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생각보다 취객이 많으며, 가장 까다로운 환자 중 하나라는 설명과 더불어, 새벽에 고열로 울부짖는 신생아를 데리고 오는 보호자가 그 다음으로 까다로운 환자라고 했다.
그러한 설명과 더불어, 그렇게 컨트롤 하기 힘든 환자를 얼마나 유들있게, 큰 소리 오가지 않게 하면서 진료하는지가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가 갖춰야되는 덕목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응급실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로써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말이다. 피가 낭자하거나,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아니라도 당장에 통증을 경감시켜줄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았고, 잠들지 못할 때 찾을 수도 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경우, 위중한 질병을 제대로 감별하여, 내선에서 해 줄 수 있는 처치를 신속하게 해 준뒤 상위 병원으로 후송시키는 것, 그리고 irritable한 보호자와 환자들을 얼마나 잘 컨트롤 하여 치료에 협조하게 할 것인가-가 2차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의 덕목이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