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윤리학의 개념과 여러 유형
(1) 윤리학의 개념
* 일반적으로 윤리학(ethics)은 철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분야로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관한 철학적 탐구’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에 있어 ‘철학적’이라는 단어는 윤리학이 단지 철학의 한 분야라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심리학자나 인류학자도 얼마든지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관하여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심리학자는 인간의 정신 활동에 관한 일반 법칙을 발견하고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기 위하여 인간의 도덕적 행위를 연구하며 인류학자는 각 지역에 사는 서로 다른 인간들의 도덕적 신념과 규칙들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를 윤리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연구는 사실을 기술하는(descriptive) 서술적 연구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인간의 다양한 도덕적 행위들을 기록하고 서술할 뿐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윤리학은 도덕에 대한 가치 평가적 또는 가치 규정적 연구라 할 수 있다. 윤리학자들은 어떤 행위가 옳고 어떤 행위가 그른가 또는 어떤 행위가 선하고 어떤 행위가 악한가를 규정하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려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행위를 평가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옳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런 점에서 윤리학은 사실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규정하는, 존재(is)가 아닌 당위(ought)에 관한, 바꾸어 말하면 존재하는 바가 아니라 존재하여야만 하는 바에 관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 위의 정의에 등장하는 ‘도덕적’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도덕적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넓은 의…
만 오늘날 ‘도덕적’이라는 단어가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실천적 행위의 본질, 근거 등과 관련되는 것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반면 ‘윤리적’은 도덕적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윤리학적’, 즉 도덕적인 것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또한 윤리학과 도덕철학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는 정의에 따라 윤리학은 다시 크게 두 분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그 한 분야는 ‘도덕적’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지니고 있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나 도덕 규칙과 도덕 법칙 그리고 도덕 원리에 관하여 그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이들의 근거를 제공하고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을 탐구하는 분야로 이는 흔히 가치론이라고 불린다. 다른 한 분야는 인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 행위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로 하여금 행위에 이르게 하는 의지와 동기, 욕구, 행위의 선택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또는 우리의 행위는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가 아니면 인과 법칙의 결과인가 등을 탐구하는 행위론의 분야이다. 물론 이 두 분야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이루고 있으며 이 둘이 합쳐져서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윤리학을 이루게 된다.
* 윤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엄밀히 정의하여 사용하고 이를 이론 철학과 구별되는 실천 철학의 한 분야로 정착시킨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습관, 관습, 일상적 도덕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어 ethos로부터 이에 관하여 탐구하는 학문을 지칭하는 ethica라는 단어를 이끌어 내어 사용하였다. 물론 그보다 이전의 플라톤의 대화편에서도 수많은 윤리, 도덕적 내용이 등장하고 있고 플라톤도 윤리적 탐구가 순수 이론적 분야와는 서로 구별된다는 점을 인정하였으나 그의 대화편들에서는 윤리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의 분야를 ‘존재하는 것’, 즉 사실에 관한 이론 철학과 ‘존재하여야만 하는 것’, 즉 당위에 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