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현대 공론장과 급진자유주의에 대해 논하시오.
* 현대 공론장과 급진자유주의
정치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시작된 이래 동서양 고대와 중세를
관통해 정치와 윤리는 서로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
와 다르게 서양 근대의 개시는 정치와 윤리의 상호 분리와 독자화로 상징
된다. 정치의 이런 탈규범화 현상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속화되어왔다.
근대화 과정의 논리적 결말이기도 한 `정치철학의 종언` 레제가 현대 실증
주의자들에 의해 고취된 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
과 당위의 재접합을 모색하려는 정치철학적 질문들이 정치적 동물인 인간
의 의미지평으로부터 완전히 삭제될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진
정한 정치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다시 정치의 의미를 묻는 질문의 중
요성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컨대 정보화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이끄는 경제논리의 압도적 우
세 앞에서 정치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 세계체
제 속에서 `정치적인 것`이 존재 이유를주장할 여지가 있겠는가? 성찰적
사려와 비판적 실천을 요구하는 정치가 실용 지향적인 행정으로 급속히 대
체되어가는 전 지구적 경향은 과연 역전될 수 없는 것일까? 음모와 술수로
점철된 권력게임이 성숙한 살의 비전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파괴해버린 것
처럼 보이는 한국적 현실 정치의 지평 안에서 정치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
는 것이 과연 어떤 실천적 의의를 지니는 것인가?
앞에서 여러 번 지적한 젓처럼 정치공학이 압도하는 한국적 현실 권력정
치의 맥락에서 정치 과잉과 정치 과소 현상은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정치공동체의 본질적 문제들에 대…
로 포괄하는 지평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적 영역이나
공공 영역이라는 번역은 다소 평면적인 것처럼 생각된다. 내가 보기에 하
버마스 공론장이론의 큰 강점 가운데 하나는 자유주의와 공론장의 생성 과
정이 역사적으로 거의 동행했다는 사실을 해명한 데 있다. 급진자유주의의
방식대로 변환된 `정치적인 것`의 이념이 공론장의 존재와 불가분리 관계
에 있다는 사실을 사회철학적으로 논증한 것이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먼
저 사적 영역과 대별되는 영역으로 정의한다. 사적 영역이 개인의 사생활
과 노동을 중심으로 매개된 친밀한 인간관계로써 구성된다면, 공론장은 개
인의 사생활 차원을 넘어서 사회화된 사람들 사이의 실천적 행위와 소통관
계를 지칭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런 형태의 공론장은 근대 자유민
주주의 정치질서 구성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
리라는 근대 특유의 성과 덕분에 공론장이라는 역사 현상이 비로소 성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헤겔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가 모더니티의 지표임을
이해했던 최초의 정치철학자였다. 그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으로 자본주의
적 시장경제 기제와 근대 시민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제를 포괄해서 지칭했
다. 하버마스는 헤겔의 통찰을 일단 인정한 기초 위에서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이 근대 시민사회의 입체적 메커니즘을 과도히 단순화시킨다고 지적
한다. 나아가 헤겔에게서 혼란스럽게 뭉뚱그려졌던 시민사회의 내부구조
를 하버마스는 보다 섬세히 나누어 중층적으로 분석한다. 하버마스에 의하
면 시민사회는 우선 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의 영역을 포함한다. 이 영역
과 소가족 내부 공간을 합쳐 1차적 사적 영역을 구성한다. 이 영역과 대별
되는 공적 권위의 영역은 국가(`경찰행정`의 영역)와 궁정(귀족 궁정사회)으로 구성된다. 근대 특유의 현상은 국가와 시민사회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공적 권위의 영역과 시민사회라는 사적 영역 사이에 독립적인 공
론장이 형성되기 시작함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