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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에 대해 논하시오.
* 통일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
통일담론이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노골적인 병탄론이나 무력
통합론은 합리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일단 제외해보자. 또한 일
방이 타방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흡수통일도 불가하다는 것이 오
늘날 통일 논의의 표준적 흐름인 것처럼 생각된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하
면 현존하는 절대 대다수의 통일담론은 넓은 의미의 국가 수렴이론으로 귀
착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남과 북 공히 장단점이 있으므로 그 장점들
은 살리고 단점들은 고치는 방향으로 양자를 수렴해서 보다 고차적 인 통일
국가의 모습을 형상화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수렴이론에는 치명적 맹점이 존재한
다. 즉 남북의 헌법에 수렴적 접합의 여지가 철학적으로 존재하는가의 질
문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통일헌법 제정은 통일 과
정이 제도적으로 완결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논의의 순서와 심급이
상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나의 의
문은 불투명한 미래의 통일헌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1948년부터 지금까
지의 남북 현행 헌법에 어떤 철학적 접점이 발견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축적 위에서만 가능하다.
미래의 통일헌법은 결국 현행 남북 헌법의 형상 위에서 사유될 수밖에 없
는 것이다.
결론을 미리 요약하면 나는 남북의 헌법이 불가공약적이며 서로 수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위에서 살펴본 분단과 전쟁의 구조와 동역학
을 상기하고 양 헌법의 내용을 확인할 때 도출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
국가철
학과 헌법철학의 통찰을 배제한 수렴이론적 통일담론이 철학적으로 튼실
한 것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나아가 진보성을 내세운 수렴이론이 무성
찰적으로 유통될 때 빚어질 수 있는 맹목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 전형적 사례를 남북관계를 규율해온 3대 문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남북공동성명”(1974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
한 합의서"(1992년), 그리고 "남북공동선언"(2000년)은 모두 자주, 평화통
일, 민족단결의 원칙을 공유한다. 남한 헌법(제4조)과 북한 헌법(제9조) 둘
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므로 자주성과 민족단결의 의미를 좀 더 분명히 해보
자. 한국의 일상 언어에서 자주성과 민족단결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명료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담론 체계에서 자주성은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의
초석이며, 주체사상은 `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 활동의 지도적 지
침이다"(북한헌법 제3조).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고 선언하는데, 이 명제는 "사람이 자주성
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와 등치된다.
그렇다면 자주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주체사상총서”는 여기서 `사회정
치적 생명체` 이론을 도입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이 생명이라고 할
때 그것은 사회정치적 생명을 말하며‥‥‥‥ 그것은 육체적 생명보다 더 귀중한 제 일 생명"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정치적 생명은 누구로부터
부여되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어버이 수령`이 준다" 1974년에 반
포된"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원칙" 의 일곱 번째 원칙은 "위대한 수령 김일
성 동지가 부여한 정치적 생명"이라고 단언한다. 헌법철학의 문맥에서 중
요한 것은 수령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선포하는 이 원칙이
1998년 북한 헌법 서문으로 결정화(結晶化)하면서 자주성 개념의 북한적
의미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는 짓이다. 즉 북한 담론 체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