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와 민주질서 및 ‘정치적인 것’의 이념

시한다.
물론 호혜성, 재분배, 교환이라는 세 가지 통합형태들을 역사의 순차적
발전 단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읽는 것은 폴라니의 의도를 심각히 오독하는
것이다. 통합형태와 지지구조를 석명하는 데 있어 폴라니의 서술이 그리 투
명한 것은 아니나 전체 취지를 이해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즉 경제와 사
회가 불가분리적이므로 경제 현상도 큰 들의 사회문회적 맥락과 같이 조명
되어야 경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으며, 시장경제 자체가 다양한사회적
배경 속에서 배태된 경제제도화 원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입론이다.
시장보다 포괄적인 경제제도의 문제를 해명하고, 경제와 사회문화의 상
호 관련성을 밝히는폴라니의 논변에서 핵심적인 짝 개념이 사회적 배태
(social embeddedness)와 사회적 탈구(social disembeddedness)이다. 사회적 배태는 경제의 전 과정이 비경제적인 사회 영역과 제도들에 밀접하게 이어져 있어서 경제 메커니즘이 사회적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경제적 의미를 갖는 행위들이 정치적, 사회적 제도나 관행으로부터
독립해 존재할 수 없었음을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
과 선명한 긴장관계에 서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탈구는 경제가
사회와 공동체 전체로부터 분리됨으로써 경제를 담당하는 시장이 자기충
족적 독립기제로 부풀려지고, 그 결과 경제가 모든 비경제 영역을 `부수
물`로 삼게 되는 이상 현상이다.
경제가 비경제 영역으로부터 분리되어 비경제 영역들을 식민화하는 사
회적 탈구 현상은 서구적 시장경제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사회에 의한 통
제를 거부하는 시장경제의 전면화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파괴하는 악마
의 맷돌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폴라니가 보기에 폭주하는 시장경제는
사회와공동체 전체의 이해관계에 반(反)하므로, 자기조절적 시장의 광풍
은 경제를 사회와의 연계와 통제 안으로 다시 집어넣으려는 사회의 자기보
호 움직임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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