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비트겐슈타인에 있어서 규칙 따르기의 역설에 대한 고찰*1)
Ⅰ. 머리말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1) 201에서 다음과 같이 하나의 역설을 언급한다.
“우리의 역설은 이것이었다: 하나의 규칙이 어떤 행위 방식도 확정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각각의 행위 방식이 그 규칙과 일치되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답은, 모든 행위 방식이 규칙과 일치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또한 모순되게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여기에는 모순도 일치도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탐구? 201)
우리는 여기에 언급된 역설을 흔히 규칙 따르기의 역설이라 부른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바는 규칙을 따르는 행위 즉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어떠한 언어의 사용이 올바른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크립키(S.Kripke)는 ?규칙과 사적 언어에 관한 비트겐슈타인?(1982)2)이란 저서에서 이 역설을 ‘비트겐슈타인의 역설’ 혹은 ‘회의론적 역설’이라 부르고 그것에 대해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의 ?탐구? 전체를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해석하고자 한다. 그 결과 최근 20여 년 동안 크립키의 해석을 둘러싸고 비트겐슈타인 연구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전개되었다. 그의 해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규칙 따르기의 역설은 ?탐구?의 중심 문제이다.
둘째, 비트겐슈타인은 그 역설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철학적 회의론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회의론적 해결책을 내놓았다.
셋째, ?탐구? 243 이후에 등장하는 소위 사적 언어 논증은 독립된 논증이 아니라 그 앞에 나오는 규칙 따르기 논의의 논리적 귀결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비트겐슈타인의 ?탐구?에 대한 크립키의 해석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인 규칙 따르기의 역설과 관련하여 첫째 그 역설에 대한 비트…
Ⅱ. 규칙 논의의 배경
1. ?논고?의 언어관에 대한 비판
보고 언어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 언어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논고?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전통적인 지시론적 의미론의 입장에서 언어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한다. 그 결과 그는 언어는 세계의 그림이라는 이른바 언어 그림 이론을 전개한다. 이것은 지시적 기능을 갖는 낱말을 모델로 모든 언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며, 그 이론에서 낱말의 의미는 그것의 지시 대상이다.
둘째 ?논고?의 언어관에는 선험적 전제들이 있다. 즉 모든 언어에 공통되는 본질이 있다는 것과 문장의 의미는 확정적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전제들 위에서 언어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였고 문장 의미의 확정성을 위해 여러 가지 보조 장치를 설정해 놓는다. 그러한 장치들은 이름과 대상의 단순성, 요소문장들의 상호 독립성 등이다.7)
셋째 ?논고?의 언어관은 일상언어가 논리적 형식의 언어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러셀을 따라 일상언어의 문법적 형식이 그것의 실제 논리적 형식과는 다르다고 보고 일상언어와는 다른 이름, 요소문장, 문장으로 구성된 논리적 형식의 언어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언어의 존재는 일상언어가 논리적 분석을 통해 그러한 언어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넷째 ?논고?의 언어관에는 언어 사용자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논고?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이미 의미를 갖는 기호들의 체계라 보고 언어 그림 이론을 통해서 그러한 기호들이 어떻게 의미를 갖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갖는 ?논고?의 언어관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첫째 언어의 본질의 존재 및 문장 의미의 확정성을 가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탐구?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가정은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요청’(?탐구? 107)이며, 이러한 요청은 마치 “우리가 무엇을 보든지 코 위에 걸친 안경을 통해서 보며, 또한 그것을 결코 벗어버릴 수 없는 것처럼”(?탐구?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