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고민 속에 줄곧 이 문제를 자신에게 던져 보았으나, 이미 그 때 강가에 섰을 때 자기 자신 속에, 그리고 자기의 확신 속에, 깊은 허위를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깨닫지 못했다. 또 그 예감이 그의 생애에 있어서의 미래의 전환, 미래의 부활, 미래의 새로운 인생관의 선구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거기서 무거운 본능의 중압(重壓)만을 인정하려 했다. 그는 그것을 물리칠 수도 없거니와, 그것을 밟고 넘어갈 힘도 없었던 것이다(즉 무력하고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옥중의 동료들을 보고, 그들 모두가 인생을 사랑하고 또 존중하고 있는 데 놀랐다. 사실 그들은 자유로울 때보다 옥중에 갇혀 있는 지금, 훨씬 더 인생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들 중의 어떤 죄수, 예를 들면 부랑자 같은 자는 얼마나 가혹한 고통과 고문을 맛보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햇살이나, 울창한 산림이나, 어딘지 모르는 깊은 숲 속에서 어쩌다 발견한 얼음같이 찬 옹달샘이 어째서 그들에게 그토록 커다란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그 옹달샘을 발견한 것은 재작년이었는데, 그 부랑자는 그것을 다시 만나는 것을 마치 애인과 밀회(密會)라도 하는 양 공상하고, 그 샘물과, 샘물을 둘러싼 파란 풀과 수풀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꿈에서까지 본다는 것이다. 가만히 주위의 현상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는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실례들을 수없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감옥 안에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그런 것들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테면 눈을 내리깔고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혐오를 느끼게 되고 화가 나는 것이었다. 그…
“너는 양반이 아니냐!”
그들은 말했다.
“이 불신자 놈아! 너는 하나님을 안 믿지!”
자코 기다렸다.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얼굴의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때마침 간수가 그와 도전자 사이에 뛰어들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뻔 했다.
그에게는 또 하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왜 그들이 모두 하나같이 소냐를 좋아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별로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도 않았고, 또 그들도 어쩌다 간혹 그녀를 볼 뿐이었다. 그녀는 이따금 작업장으로 그를 만나러 잠깐씩 찾아오곤 했다. 그런데도 모두들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뒤를 쫓아왔다는 것도,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소냐는 그들에게 돈을 준 일도 없거니와 별로 돌봐 준 것도 없었다. 다만 한 번 크리스마스 때, 죄수 전원에게 고기 만두와 둥근 빵을 선사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소냐 사이에는 차츰 일종의 가까운 관계가 이루어져 갔다. 그녀는 그들을 대신해서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주기도 하고, 그것을 우편으로 부쳐 주기도 했다. 이 도시를 찾아오는 그들의 가족은, 그들 자신의 지정에 따라서 그들에게 차입할 물품이나 돈까지도 소냐에게 맡겨 두고 갔다. 그들의 아내와 애인들도 그녀를 알고, 우선 그녀한테로 찾아오곤 했다. 그녀가 라스콜리니코프를 찾아 작업장에 나타나거나, 노역에 가는 죄수 일행과 길에서 만났을 때에는 모두들 모자를 벗고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아아, 소피야 세묘노브나, 당신은 우리들의 어머니나 다름없소. 착하고 친절한 어머니란 말이오!”
이들 난폭한, 낙인 찍힌 죄수들이 이 작달막한 여윈 여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녀는 상긋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들은 모두 그녀의 웃는 얼굴을 좋아했다. 그들은 그녀의 걷는 모습까지도 좋아했다. 모두들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려고 일부러 되돌아보고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녀의 몸집이 그렇게 작은 것까지 칭찬했고, 나중에는 무엇을 칭찬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개중에는 그녀한테 병 치료를 간청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