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기업민주주의와 기업지배구조:
주주주권론 대 이해당사자주권론
홍장표(부경대 경제학부)
1. 머리말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재벌의 부실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경영감시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재벌개혁이 경제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재벌 개혁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의 해소, 재무구조의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지배 대주주의 책임성 강화, 주주권 강화, 기업지배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자 하였다.1) 이와 같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은 그 방향과 성과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 재벌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2)
그런데 그동안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주축으로 추진된 정부정책과 이를 둘러싼 논의는 대부분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식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주권론에 입각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주주권론에 따르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 목적이다. 주주주권론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기업경영을 감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소유주가 직접 경영을 한다면 경영감시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인해 주주의 경영자 감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이홍규, 1999; 이선 외, 2000; 김용렬 외, 2000). 이와 같은 입장은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재벌개혁 정책의 토대였을 뿐 아니라,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소액주주운동에서도 나타난다.3) 정부와 참여연대의 기업지배구조개선 논의는 기본적으로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 입각하여 주주권한의 강화 특히 대주주 경영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권한 보호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 표준이며 각 나라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영향력을 미…
2. 경영자혁명과 경영자자본주의를 둘러싼 논란
1) 경영자혁명과 경영자지배론
1995; De Geus, 1997).
이 글에서는 기업지배구조와 기업민주주의를 둘러싼 서구의 논의를 검토함으로써 그동안 대리인이론을 중심으로 주주주권론에 편중된 논의구도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기업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파악하는 대안적 시각을 보여주고 재벌개혁과 기업민주화 운동에 주는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2절에서는 경영자혁명과 경영자지배론을 둘러싼 논의를 소개하고, 3절에서는 금융규제 완화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주주자본주의의 특징과 성격을 검토하고, 4절에서는 주주자본주의 모델을 뒷받침하는 주주주권론과 이에 대립되는 이해당사자주권론을 기업민주주의를 둘러싼 쟁점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5절에서는 이상의 검토가 한국의 재벌개혁과 기업민주화 운동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한다.
2. 경영자혁명과 경영자자본주의를 둘러싼 논란
1) 경영자혁명과 경영자지배론
현대 대기업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소유자가 경영자였고, 경영자가 곧 소유자였다. 개인기업은 소유자를 위해 운영된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이사의 권력은 이를 위해 사용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기업을 주주의 재산으로 이해하는 것이 고전적인 재산권 이론이다. 이처럼 기업을 소유자의 재산으로 이해하는 견해(property conception)가 미국 초기의 회사법을 지배하였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더불어 전문경영자가 등장하면서 기업을 사회적 주체로 보는 견해(social entity conception)가 새롭게 제기된다(Blair, 1995).
주식회사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다. 경영자가 경영활동을 담당하고 주주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경영자를 감시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영자지배 현상이 나타나고 경영자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소유경영자 지배체제로 출발한 미국 자본주의는 기업의 난립으로 공급과잉이 초래되자 19세기 말 깊은 불황에 빠졌다. 20세기 초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