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생텍쥐페리(Saint-Exupery, 1900-1944)가 1931년 발표한 『어린 왕자』는 어느 조종사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 코끼리를 삼킨 거대한 보아뱀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아뱀으로 보지 않고 모자로만 보았지요. 그래서 그는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조종사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그는 가끔 그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항상 실망스러웠지요. 그래서 그는 어른들은 사물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숫자만을 좋아한다고 말하지요. 예를 들어, 어른들은 창가에는 제라늄 꽃이 자라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있는, 장밋빛 벽돌로 지은 집을 보았다고 하면 그 집을 전혀 상상해내지 못하지만, 2만 달러나 나가는 집을 보았다고 하면 곧바로, “야, 정말 좋은 집이구나!”라고 한다는 거죠.
그러던 중 조종사는 비행기 고장으로 인가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어떤 사막에 불시착하게 되지요. 비행기를 고치다가 잠이 든 어느 날 새벽,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됩니다. 보자마자 무작정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에게 조종사는 양을 그려주다가 다시 어릴 때 그렸던 그 그림을 그려 보여주지요. 그러자 어린 왕자는 곧바로 그것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로써 둘 사이에는 진실한 만남이, 진실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어린 왕자는 B-612라 불리는 소혹성에 홀로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에선가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자라나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지요. 평소 무척 외로움을 느끼던 어린 왕자는 곧 바로 이 꽃을 사랑하게 되어 정성을 다해 돌보아주었지요. 하지만 꽃은 무척 거만하고 까다로웠습니다. 요구하는 것도 많고 불평도 많았어요. 이에 실망한 어린 왕자는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멀리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나온 겁니다. 자기 혹성을 떠난 어린 왕자는 주변의 소혹성들을 차례로 방문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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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가 나타나 ‘길들이는 법’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여우가 말하는 ‘길들이는 법’이란 다름 아닌 ‘관계를 맺는 법’ 또는 ‘사랑하는 법’이지요.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수많은 여우 가운데 오직 한 여우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요. 곧 어떤 대상과 사랑하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되지. 내게는 네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될 것이고, 나도 너에게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또한 그것은 삶의 지겨움을 덜어주고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며 사랑하지 않았을 때엔 결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주고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준다고도 말합니다.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의 인생이 환하게 밝아질 거야. 나는 모든 발자국 소리 사이에서 너의 발자국 소리를 구분하겠지. 만약 다른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바로 굴속으로 숨을 거야. 그렇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인 양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내겠지.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그래서 밀은 나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존재야. 밀밭을 보아도 나는 어떤 감흥이 생기지 않지. 그건 나에겐 정말 슬픈 일이란다. 그러나 너의 머리카락 빛이 금빛이니, 네가 나를 길들여놓게 되면 얼마나 멋지겠니? 난 금빛으로 빛나는 곡식을 볼 때마다 널 생각할 테니 말이야. 그리고 밀밭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테지…….”
그러고는 자기를 길들여달라면서 그 방법도 알려주지요. “우선 아주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할 거야. 처음에는 나와 거리를 두고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으면 돼. 내가 곁눈으로 너를 보더라도, 내게 말을 시켜서는 안 돼. 말이란 항상 오해를 낳으니까. 그러나 넌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나에게 다가와 앉게 될 거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