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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연출
오페라가 연극인가 음악인가 하는 숙제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오페라의 개혁을 부르짖는 쪽은 오페라의 연극성에 주목하고 오페라는 오라토리오(oratorio)처럼 음악의 한 형식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음악적 순수성을 고집한다. 그러면서도 오페라는 연극과 음악 양쪽에서 모두 서자 취급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오페라는 연극과 음악 양쪽을 종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앞에서 인용한 바그너의 표현대로 `총체예술`(Gesamtkunstwerk)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굳이 중요성의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마땅히 작곡가의 역할을 최상위에 놓아야 할 것이다. 오페라는 한마디로 작곡가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햄릿』, 『파우스트』, 『인형의 집』같은 희곡 작품을 놓고 누구의 작품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극작가의 이름을 떠올리겠지만 가령, 『마적』, 『카르멘』, 『토스카』같은 오페라 작품에 대하여는 작곡가의 작품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이들 작품의 대본(libretto)을 누가 썼는지는 알지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상 오페라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대본이다. 희곡 문학의 발달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데 오페라 대본은 여전히 한심할 정도의 시대착오적인 낡은 대본에 의존해 있다는 것은 음악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이 무대에서 공연되었을 때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훌륭한 작곡가가 훌륭한 대본을 함께 써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두가지 범상치 않은 재능을 고루 갖춘 사람이 흔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바그너, …
자들의 문제점은 그들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는 데 있기보다 돈 값을 하려드는 데 있다"(The trouble with conductors is not that they are paid so highly, but that they try to earn it.)라고 꼬집은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작곡가와 대본가의 관계처럼 이상적인 해결책은 지휘자가 동시에 유능한 연출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역사적으로 바그너를 위시하여 말러(Gustav Mahler)와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정도를 제외하면 양자의 역할을 고루 겸비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또 연출가는 어차피 오페라 연출에 있어서는 적잖이 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음악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지휘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출가가 아무리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 하더라도 작곡가가 써놓은 음악을 해석하는 권한은 일차적으로 지휘자인 음악 감독에게 주어져 있고 지휘자는 바로 그런 역할을 부여받아 고용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페라의 경우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적지 않은 개혁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통을 중시한다. 연극 연출가라면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을 연출할 때 작품 해석에 대한 전적인 재량이 주어지고 과거의 공연에 비하여 얼마나 새롭게 공연되었는가에 관심이 모여지며 오히려 달라진 것이 없을 때 비난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오페라의 경우는 수세기 동안 변함없이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아 똑같은 모습으로 공연하는 것을 일반 관객이나 평론가들이 정통적 공연으로 평가해주는 경향이 있다. 파격적인 새로운 시도보다는 정통성을 존중하는 오페라의 보수적 전통은 그 나름대로의 당위성이 있다는 점을 연출가는 인식해야 한다. 물론 대학이나 진취적인 오페라단이 처음부터 실험적인 오페라 공연을 시도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연출가의 재량권은 넓어진다. 그리고 이같은 시도가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성공을 거두면 기성의 전무 오페라 단체의 공연에도 영향을 미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