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 여자네 집』
그의 소설 세계는, 중년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6·25의 역사적 비극과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여성 해방의 올바른 방법에 대한 탐구에서 우리 근대사의 실상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폭을 지닌 작가의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상큼한 연애 소설을 써 보고 싶단 생각을 줄 창 해왔다. 이 나이에 그게 과연 될까.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바탕 주책을 부린 것처럼 쑥스럽다. 쓰는 동안 옛날로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Ⅰ. 서 론
“그 여자네 집.. 이 소설 어때?”
“제 친구가 그러는데요, 그거 보고 울었대요, 너무 슬퍼서..”
이제 이 제목을 들으면 그 속에 깊이 담긴 메시지에 무언가 마음이 애틋해진다. 그런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고등학교 1학년 제 7차 교육과정 국어 교과서에 실린 ‘박완서’의 단편 작품이다.(『십삼월의 사랑』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교육실습 기간동안 도덕(윤리) 교과를 가르쳤지만, 현대문학이론 과제를 틈틈이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아이들의 국어 교과서를 눈여겨보았다.
먼저, 이 글은,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창작 동기로 하여,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결국 역사적 비극, 민족사의 수난으로 인한 것임을 상기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겠다.
Ⅱ. 본론1 : 줄거리
‘나’는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생각하다가 곱단이와 만득이의 옛날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곱단이와 만득이는 마을의 마스코트였다. ‘연애건다’는 것을 상스럽게 생각해 온 …
징병에서 돌아온 만득이는 같은 마을의 순애와 결혼을 하고, 누이가 잡아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간다.
Ⅲ. 본론2: ‘시’(그 여자네 집)의 의미와 기능
데다가 사실 순애가 하는 이야기의 신빙성도 의심스러운지라 나는 곧 이런 아내를 데리고 사는 장만득 씨가 불쌍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순애의 부음에 들려 나는 그녀의 장래식장을 찾게 되고, 거기에 놓인 터무니없이 젊은 영정 사진을 보고서 곱단이에 대한 그녀의 질투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삼년 후 정신대 할머니를 돕는 모임에 나갔다가 장만득 씨를 만난 나는 여전히 그가 곱단이를 못 잊고 있구나 싶어 벌컥 화를 낸다. 그러나 장만득 씨는 곱단이에 대한 이야기는 순애의 오해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왜 이 모임에 나오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전쟁이 준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받은 사람들도 모두 전쟁의 피해자, 일제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장만득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Ⅲ. 본론2: ‘시’(그 여자네 집)의 의미와 기능
이 작품은 뚜렷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액자 바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화자 ‘나’를 통해서 우리는 먼저 자연스럽게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접하게 된다. 이 시는 작품 속의 화자인 ‘나’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구체적으로 ‘나’는 그 시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한 마을에 살았던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그 울렁거림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나는 장만득 씨가 가명으로 등단을 했다는 걸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 처음에 희미했던 영상이 마치 약물에 담근 인화지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숨어 있던 수줍은 아름다움까지 낱낱이 드러내자 나는 마침내 그리움과 슬픔으로 저린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
시에는 옛날의 아름다운 고향 마을과, 그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여인에 대한 남성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