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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한 정치학적 논평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 시골 초등학교 상급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권력과 그 주변 인물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힘`을 수단으로 하여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와 여기에 맞서 합리적 사고방식을 내세우는 한병태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한 이 소설은 단순히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회적 권력의 형성과 몰락의 과정을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축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아이들의 세계`로부터 `권력` 개념을 문제시한 작가의 의도는, 홉스(T. Hobbes)가 `인간의 권력욕은 오직 죽음에 이르러서야 소멸된다`고 보았듯이, 권력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유당 말기에 정치적 바람을 맞아 좌천된 부친을 따라 시골로 전학을 간 한병태는 강력한 힘을 가진 반장 엄석대에 의해 자신의 학급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반장은 단순히 억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미묘한 협박을 통해, 때로는 은밀한 회유를 통해서 반항하는 세력을 결국 자신에게 굴복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엄석대라는 인물은 `힘을 규합하는` 세련된 기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병태 역시 처음에는 정면으로 반장의 억압과 횡포에 맞섰으나 엄석대의 이러한 `정치적 감각`에는 당해…
의`라고 간주될 수 있는 행위였다. 그러나 그 담임 교사가 엄석대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엄석대와 새 담임의 관계에 있어 `제자와 스승`이라는 수직적 관계가 가져오는 교사의 절대적 우위성 때문이라고 볼 때, 그 담임교사에 의해 재구성된 새로운 환경 역시, 기본적으로 `힘`이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힘`에 의한 역사의 반복성을 엿보게 한다. 또한 엄석대의 권위와 횡포는 다수의 아이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물러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병태는 정확히 인식한다. 즉, 새 담임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반성과 자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한병태 역시 권력에 빌붙어 기존 체제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과거의 사건을 성장한 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한 권력 앞에 무력한 지식인으로서의 허무주의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쯤해서 이 소설의 제목이 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는 세 `영웅`이 등장한다. 엄석대와 한병태, 그리고 새로운 담임 교사인 것이다. 정치권력의 메커니즘을 노련하게 조종함으로써 자신의 세력확장에 골몰했던 엄석대, 엄석대 체제에 대항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체제에 순응하게 된 한병태, 그리고 개혁을 주창했었지만 결국은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에 입문한 그 담임교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권력의 맛(taste of power)`에 도취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