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정열의 카르멘’
영화 <카르멘>을 보고
나는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운 터라 제목을 다 알지는 못해도 오페라를 보면 그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정도는 귀에 익다. 낯설 줄 알았던 영화제의 영화에 아는 노래가 등장하는 건 얼마나 반가운가. 또한 그 멜로디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머리에 얼마나 잘 각인이 되겠는가.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국제영화제 부산극장 1관 마지막 상영작이었던 영화 ‘카르멘’을 본 뒤 며칠정도 귓가에 윙윙거리듯 들려오는 하바네라 때문에 남자친구와 둘이서 환청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오페라 형식으로 나오는 줄 몰랐다. 호세의 형수가 등장하는 첫대목에서 병영 앞을 지키는 병사들과 형수의 대화가 모두 오페라의 한 대목처럼 노래로 이루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나와 주위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상황조차도 얼마나 재밌었는지. 여자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군인들이 형수에게 말이나 한번 붙여보려고 추근덕거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형수는 겁을 먹고 결국에는 도망가 버리는 익살스런 장면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인 이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영화를 오페라처럼 표현한 ‘카르멘’은 영화의 시작부터 특별났다. 남유럽의 활기차고 씩씩한데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걷고, 말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행진곡풍 노래는 이 쉬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어울렸다. 비록 아무 상관없이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카르멘의 모습도 있었지만.
‘카르멘’의 여주인공 카르멘은 처음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나레이션을 통해 말하듯 예쁜 얼굴은 아니다. 눈꼬리가 올라가 매력적이고 어떻게 보면 표독스럽다고 표현하는 그 나레이션처럼 카르멘은 풍만한 몸과 사나워…
그에게 헤어지자고 얘기한다. 카르멘에게 빠져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말하는 형수도 뿌리치고 카르멘을 홀로 놔두고는 어디도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급기야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호세는 어머니에게 도착한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의 연인 카르멘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카르멘은 호세를 무시하고 매몰찬 거절만을 한다.
카르멘이 몇 달을 준비하던 합창단의 연주회 날 호세는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나고 친구들은 심상치 않다며 도망가라고 한다. 하지만 자존심 강하고 자기애 강한 카르멘은 죽어도 좋다며 고집을 부린다. 뒤뜰에 카르멘을 불러놓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애원하던 호세는 날 죽여도 다시는 당신에게 가지 않을 거라는 카르멘의 노래에 그녀를 찌르고 만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카르멘은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호세에 의해 숨을 거둔다.
자신의 신념대로 사랑하고 살았던 그와 그녀. 그 종말이 두 사람 모두의 파멸이었지만 어딘가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카르멘과 그녀를 죽이면서까지 그녀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 호세, 그 둘 다의 생각에 공감이 갔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열정적인 두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카르멘, 그녀는 내 미의 관점에서 결코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 있고 당당한, 어떤 남자라도 유혹할 수 있다는 그 치켜 올라간 눈매와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는 보면 볼수록 더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카르멘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고 느꼈던 장면이 맨 마지막, 호세에게 칼을 맞고 철창에 기대어 피를 흘리는 장면이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목숨에의 위협에도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카르멘이 가련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 영화 말고 동일한 제목의 영화 ‘카르멘’도 오페라 형식을 따른 것 같지만 그 영화는 스틸 사진으로 볼 때 여주인공 카르멘이 예뻤다. 내가 극장을 나설 때 뒤에 있던 여성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카르멘 역의 여자 배우가 더 예뻤으면 감정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