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徐廷柱
20세기의 우리시는 운문에 가까워지려는 음악성을 추구하느냐 혹은 대담하게 산문 쪽으로 근접하면서 의미를 지향하느냐 하는 기본 충동 사이의 긴장으로 설명해 볼 수 도 있다. 예를 들면 소월은 구비전통에 대한 청각적 충실을 통해서 시의 음악성 혹은 음률성을 지향했고, 성공적인 경우 그것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때로 그의 시는 전래 정형에 발디디기도 하고 터놓고 민요가락에 의존하기도 하였다. 그의 시가 지속적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월 시의 음악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서 만해는 사유지향을 기본충동으로 하여 출발하고 있다. 그는 세계의 신비와 인간의 內面의 動靜을 말할 때 개량 내간체를 선택하여 산문 쪽으로 근접해나간다. 만해의 사유지향은 음악성을 희생시키며 전개되는 것이다.
소월과 만해의 선례 이후 근대시들은 비슷한 경로로 공존함을 보게 된다. 음악성을 지향하여 음률적이 되려는 경우 자칫하면 비싸지 못한 영탄이나 감상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안게 된다. 반면 사고와 깊이를 지향할 때 시인은 부지중에 산문 쪽으로 근접해 가는 것이다. 그 결과 산문적인 시가 깊이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되고 깊이를 추구하는 한에서 음악성의 放棄는 용납되는 것이다.
미당 시의 경우에도 소리지향과 산문지향의 시를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집 『귀촉도』에 담긴 <密語> <木花>… 『서정주시선』의 <국화 옆에서> 등등이 음률지향적이다. 이에 비해 『자화상』 같은 시들은 산문지향의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질마재신화는 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들 시편들은 소재 자체가 벌써 산문의 옛적 고유 영역이다. 그리고 이 점은 그의 후기 작품들에 대하여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 많은 작품량
제1집 『화사집』 제2집 『귀촉도』 제3집 『서정주시선』 제4집 『신라초』
제5집 『동천』 제6집 『질마재신화』 제7집 『떠돌이의 시』
제8집 …
① 주로 유년기에 질마재에서 자라면서 겪은 개인적인 체험과 거기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즉 마을의 뜬소문, 전설, 음담패설, 奇人들의 이야기 등 설화 중에서도 특히 기록화 되거나 주류화 되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② 민중의 일상적인 현실에 밀착하면서도 그것을 신화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려는 시도이다.
③ 일상적인 삶의 심미화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나는 망둥이 새 우 새끼를 거기서 찾노라고 이빨 속까지 너무나 기쁜 종달새 새끼 소리가 다 되어 알발 로 낄낄거리며 쫓아다녔습니다만, 항시 누에가 실을 뽑듯이 나만 보면 옛날 이야기만 무진장 하시던 외할머니는, 이때에는 웬일인지 한 마디도 말을 않고 벌써 많이 늙은 얼굴이 엷은 노을빛처럼 불그레해져 바다쪽만 멍하니 넘어다보고 서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왜 그러시는지 나는 아직 미처 몰랐습니다만, 그분이 돌아가신 인제는 그 이유를 간신히 알긴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고기잡이 다니시던 漁夫로, 내가 생겨나기 전 어느 해 겨울의 모진 바람에 어느 바다에선지 휘말려 빠져 버리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채로 있는 것이라 하니, 아마 외할머니는 그 남편의 바닷물이 자기 집 마당에 몰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어져 있었던 것이겠지요.
<上歌手의 소리>
질마재 上歌手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喪輿면 喪輿머리에
뙤약볕 같은 놋쇠 요령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 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上歌手는
뒤깐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내고 있었는데요.
왜, 거, 있지 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 똥오줌 항아리, 거길 明鏡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 서 있었습니다. 망건 밑으로 흘러내
린 머리털들을 망건 속으로 보기 좋게 밀어 넣어 오리는 쇠뿔 염
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明鏡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