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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갈 때, 산을 오를 때, 그 길에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유물, 유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 나라에는 문화 유산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일이 많았다. 우리의 문화 유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수학 여행이나 소풍을 떠나는 즐거움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작은 탑 하나를 만나더라도 나는 그것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나를 붙잡는 것은 탑의 외침, 정확히 말하자면 그 탑을 만든 석공의 마음일 것이다. 문화 유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가 문화 유산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우리가 과거와 이어질 수 있음이요, 우리가 과거를 살았던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음이다. 내가 문화 유산을 바로 느낄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주고 귀를 뚫어준 것은 친구에게서 빌려온 바로 이 몇 권의 기행문이었다.
현실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들 대부분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때의 기분을 그 어디에 비할 것이냐! 그런 여행에 작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행로 곳곳에 있는 우리의 문화 유산을 찾아보는 일일 것이다. 단순히 문화 유산만을 둘러본다면 따분하기 그지없을 것이고, 단순히 놀러 가는 여행 또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조화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것은 문화 유산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바램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으면 문화 유산에 대한 소개보다도 자연 경관에 대한 묘사가 더욱 멋지다. 책을 읽다보면 실제로 그곳에 가 있는 느낌이 든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들판과 산봉우리들! 그 아름다운 자연 어딘가…
에 혼을 불어넣었다. 그들은 죽었어도, 그들의 작품이 유물과 유적으로 남아,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차례와 제사는 깍듯이 지내면서 문화 유산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문화 유산 또한 우리의 조상님들과 동일시해야 하는데, 유물과 유적은 그냥 오래되어 쓸모 없는 골동품 취급하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누구나 추억은 아련하다. 과거 선조들에 대한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 유산 또한 아련히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의 땅을 지켜 왔던 오랜 시간 만큼 사람들이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간이 있다면 가끔씩 주위의 문화 유산을 답사해 보고 싶다. 찾아갈 때마다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그를 사랑하고 싶다.
이제 겨울이다. 우리의 자연 산천에도 눈이 소복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우리의 유산들도 한 살을 더 먹을 것이다. 오랜 시간, 참으로 긴 시간 동안 서 있었고, 거기에 일년이 늘었다. 지금 우리의 조상들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지난 일들을, 수 천년간 한 자리에 서서 지켜보았던 일들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그들의 외침을 듣고 싶다. 그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있음이고, 현재의 우리를 찾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