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과감히 도시를 버리고 자살을 택한 라라는 현실과 타협한 '나'에 비해 매우 용감한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증오하는 대상, 도시에 포함되는 것을 완벽히 거부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용감히 맞서지 않고 현실에서 도피해 버린 겁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도시, 다시 말해 이 사회와 이 소설의 인물들처럼 치열하게 대립해본 적이 거의 없다. 미워한 적도 거의 없다. 오히려 공부 잘해라, 착한 아이가 되어라, 라는 말에 꼬박꼬박 순응하며 살아왔다. 이것이 바른 삶을 산 것일까? 소위 말하는 엘리트로서, 출세만을 바라고 도시의 부정적인 면,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삶은 외면하며 도시와 잘 타협해왔다. 또 아직 소설 속 '나'가 말하는 '푸른 스물'은 아니지만 여태 무언가에 빠져볼 생각도 해보지 않고 빠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 난 문제아일까. 난 무얼까. 그들이 비판하는 리버럴리스트? 부르주아? 과연 이러한 것 때문에 나를 부끄럽게 여겨야하는가. 부모를 잘 만나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억지로라도 슬프게 여겨야하나? 나는 나날이 살아있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