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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르크의 '개선문' 은 제 2차 세계 대전 직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전쟁터의 참상은 전혀 그려져 잇지 않으나 이데올로기의 충돌에 의해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짓밟히고 파헤쳐진 한 유능한 외과 의사를 통해 전쟁이 가져오는 정신적 피해가 어떤 것인지 독자에게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주인공 라비크는 독일에서 베를린 대학 종합병원의 외과 과장을 지낸 유능한 의사였으나 두 명의 유태인 친구를 숨겨 주었다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심문을 받으며 지독한 고문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자가 자신으로 인해 끌려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고문을 당하다가 끝내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이 숨겨 준 친구 중의 하나였던 유태인 작가가 잡혀와 고문에 못 이겨 죽는 것도 보았다. 그런 육체적, 정신적인 고문 끝에 라비크의 감성은 죽어 버린 것이다. 나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던 한 인간이 전쟁으로 인해 무너지고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적 이데올로기 앞에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념이 얼마나 쉽게 파괴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무가치해지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유태인 작가가 죽은 뒤 라비크는 강제 수용소에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병원에서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한 끝에 피난민이 되어 프랑스 파리로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