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리네르와 피카소

시인이나 화가는 모두 이미지의 표현으로 창작품을 잉태시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대상화되지 않기 때문에 비실재적이고, 제재 선택에서 자유롭고 언어의 재현적 한계라는 점에서 제약을 받는데 비해, 회화는 여러 가지 물질적 재료로 대상화하기 때문에 실재적이고 공간적 제한에 의해 제재 선택이 한정된다. 이렇게 매체적 속성이 다른 두 장르간의 역동적 교류라는 관점에서 아폴리네르와 피카소의 개인적 관계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와 회화 작품을 구체적으로 비교 설명해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아폴리네르가 피카소와 절친한 관계였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가 구체적으로 제시해 볼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시와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창작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것의 한 예로 곡예사들을 들 수 있다. 시는 언어로, 그림은 색채와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독자나 관람객은 같은 이미지를 찾아내는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시와 회화가 상호 대응하는 도상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던 시인이다. 그는 그런 취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