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창조신화와 양성원리

아이는 어머니로 표상 되는 여성 세계를 떠나 아버지로 표상 되는 남성 세계로 가야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에서 여성은 단순한 출산자이며 양육자이다. 하지만 창조주로서 가졌던 지고한 위치가 완전히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은 주몽이 부여를 떠난 후에 비둘기를 시켜 곡식의 씨앗을 아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곡령신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풍요의 이미지를 유화는 아직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풍요의 이미지는 민담에 와서 대단히 큰 변화를 맞는다. 어머니로 표상 되는 여성 원리는 철저히 억압되어 실제로 별로 소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서 어머니는 자신을 보호할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못한 채 범에게 죽어 먹히는 나약한 여성일 뿐이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범은 어머니로 변장하여 오누이를 찾는다. 오누이는 범이 어머니인 줄 알았지만 곧 범의 정체를 알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있지 않았고, 그들을 구원해 주지도 않았다. 오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해야 했다. 위기를 빠져 나오기 위해 나무 위로 오르게 한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범으로 표상…(생략)